정부가 밀어붙이는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를 놓고 벌어진 공공기관 노사 분쟁이 단체협약 해지로 비화되고 있다. 기관이 단협을 지렛대로 노조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는 것이다. 노조전임자 업무 복귀를 요구하면서 정부정책 반대세력, 즉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인고용공단 단협해지 현실화하나

20일 노동부유관기관노조에 따르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이 지난 3월10일 만료됐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르면 단협 유효기간이 만료된 뒤 3개월 안에 새로운 협약을 맺지 못하면 해당 단협은 효력을 상실한다. 노사는 단협 갱신을 위해 수차례 교섭을 벌였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지난 10일로 장애인고용공단 단협은 해지됐다.

단체교섭에서 회사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안을 제시했다. 노조 장애인고용공단지부(위원장 송춘섭)는 “사측이 성과연봉제를 반드시 단협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펼쳐 결국 교섭이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지부는 이달 1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또 조만간 임시총회를 열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노조는 단협이 해지될 경우 공단측이 송춘섭 위원장과 이병영 사무처장의 업무복귀를 명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송춘섭 위원장은 “단협 해지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면 서로 극단적인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노조전임자를 복귀시키더라도 이에 굴하지 않고 쟁의행위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노조들은 장애인고용공단이 단협해지를 무기로 노조를 압박하자 이런 사례가 확산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한 근로복지공단·한국산업인력공단·안전보건공단·고용정보원 모두 노조 동의를 얻지 못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다음달 10일에, 산업인력공단은 올해 12월에 각각 단협이 만료된다. 장애인고용공단과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처지 비슷한 노동부 산하기관 노조들 촉각

한 노동부 산하기관 노조 위원장은 “최근 정부에서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에 노조 동의를 다시 받으라는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애인고용공단이 단협해지를 빌미로 노조 동의를 얻어 낸다면 다른 기관으로 이런 행태가 급속히 확산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관 노조 위원장 역시 “단협해지가 현실화하면 다른 노조들도 이에 대비해 대응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한국산업인력공단·안전보건공단노조는 이날 오전 사측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울산지검에 고소했다. 노조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했다는 것이다.

장애인고용공단이 단협해지에 나선 배경에 노동부의 조정 혹은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류기섭 노동부유관기관노조 위원장은 장애인고용공단 출신이다. 공단 단협이 해지될 경우 복귀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조 관계자는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노동부유관기관노조를 약화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시했다.

노동부는 공단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조정설 혹은 압력설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공단이 단협해지 상태에 이르렀고 실현된다면 노조전임자가 복귀할 수도 있다는 상황에 대해서는 공단으로부터 들어 알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그렇다고 보고받았을 뿐 지시하거나 개입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장애인고용공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밖에서 우려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조와 최선을 다해 협상하고 있다”며 “쟁의조정 기간이 끝나기 전에 원만한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윤자은·김봉석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