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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는 단협 시정명령 제도부터 폐지해야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4월 '위법·불합리한 단체협약 개선 지도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3월에도 같은 제목의 계획을 발표하고 4월부터 적극적으로 위법·불합리한 단협 개선 지도에 들어가겠다고 공표했다. 노동부는 단협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2천769개) 중 위법한 내용을 포함한 단협이 1천165개(42.1%), 인사·경영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단협이 368개(13.3%)였다고 밝혔다.

위법한 내용의 유형은 △유일교섭단체(801개, 28.9%) △산재근로자 자녀 등에 대한 우선·특별채용(694개, 25.1%) △노조 운영비 원조(254개, 9.2%) △단협 해지권 제한(14개, 0.5%) △기타(357개, 12.9%)였다고 한다. 불합리한 내용의 유형 중 인사권 관련 사항은 ① 전직·전근 등 조합원 또는 노조간부의 배치전환시 노조 동의 ② 조합원 징계해고시 노조 동의(징계위원회 노사동수 구성 및 가부동수시 부결 포함) ③ 신규채용시 노조 동의 등이다. 경영권 관련 사항은 ① 경영상 이유에 대한 해고시 노조 동의 ② 기업 분할·합병, 양도·양수, 사업장 이전, 휴·폐업 또는 신기술 도입시 노조 동의 ③ 하도급시 노조 동의 ④ 비정규직 채용시 노조 동의 또는 노사합의로 비정규직 채용규모를 정하는 경우 등이라고 한다.

노동부는 위법·불합리한 사항에 대해 먼저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시정기회를 부여하고, 자율적으로 개선하지 않을 경우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시정명령을 하고, 시정명령 불이행시 사법조치하며(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3조는 단협 시정명령을 위반한 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합리한 사항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거나 사업장 방문, 간담회 등 다양한 현장지도를 통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단협 시정명령 제도는 1980년 신군부 세력이 비상계엄하에 노동조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하달한 노동조합운영지침을 옛 노동조합법(현 노조법)에 그대로 흡수해 신설된 것이다. 행정관청에 의한 과도한 노사자치 침해 우려 때문에 태생상의 성격을 완화하고 그 침해를 줄이는 방식으로 개정돼 현재에 이르렀다.

그러나 단협 시정명령 조항은 ① 위법 여부는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사항임에도 행정부가 위법 여부를 판단해 시정명령을 한다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에 반하는 측면이 있고 ② 행정관청의 지나친 개입으로 단체교섭권과 협약자치를 침해하며 ③ 단협 내용이 위법하면 당연히 그 효력이 부정될 것이고 관련 당사자가 법원에 구제절차를 밟아 그 판단을 받을 수 있으므로 굳이 행정관청이 시정명령을 할 필요성도 없으므로 최소침해성 원칙에도 반해 위헌 소지가 있다. 대표적인 노동악법 중 하나로 가능한 빨리 폐지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단협 시정명령 제도를 적극 활용해 위법한 단협은 물론이고 아무런 근거 없이 불합리하다고 규정한 내용에 대해서도 다양한 현장지도를 하겠다고 한다. 노동부가 위법한 사항으로 규정한 내용 중에는 다툼의 여지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법원을 통해 해결해야지 노동부가 위법 여부를 판단하고 시정명령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 노동부가 불합리한 사항으로 단정한 인사권 또는 경영권 관련 사항들은 모두 노동조합이 투쟁을 통해 조합원들의 권익을 보호·신장하기 위해 쟁취한 것으로서 법원도 그 법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따라서 이를 불합리하다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억지다.

노동부가 위법·불합리한 단협을 시정하기 위해 취하겠다는 조치인 자율개선 권고와 현장지도 행위의 법적 성질은 행정지도다. 행정절차법 제48조는 ‘행정지도의 원칙’에 대해 “행정지도는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행정지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부당하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행정기관은 행정지도 상대방이 행정지도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불이익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동부의 단협 관련 지도행위는 그 목적이 불분명하고 부당하게 협약자치를 침해해 부당하며,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는 것도 아니며, 사실상 노조에 대해 부당하게 강요하는 측면이 있어 행정절차법에 위반되는 과도한 개입행위다. 노동부 장관이 이를 강행한다면 국회는 노동부 장관에 대해 탄핵소추를 발의하거나 최소한 해임건의를 해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단협 시정명령 관련 조항을 삭제해 부당한 개입 여지를 없애야 한다. 노조법 제31조3항을 삭제하고 제93조2호에서 제31조3항 위반 부분만 없애면 된다. 20대 국회는 이렇게 명백하게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조항부터 손질해야 하지 않을까.

김선수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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