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기능조정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전력·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전력 판매나 가스 수입시장을 민간에 넘긴다. 인력 구조조정도 뒤따른다. 에너지 공기업은 대개 필수공익사업장이다. 파업권이 제한된다. 정부는 파업권을 제한하면서 국민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기능조정 방안은 곧 생명과 안전 분야를 민간이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능조정 방안대로 민영화돼도 우리 사회는 안녕할까.



기능조정? 공적 부문에 대한 국가의 철수전략

▲ 송유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연구실장

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은 기능조정을 빙자한 전면 민영화 정책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민간과 경합하는 공공부문 기능은 축소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즉 수익을 낼 수 있는, 돈이 되는 부문은 모두 민간에게 넘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적 부문에 대한 국가의 철수전략인 셈이다.

특히 에너지 공기업 주식시장 상장은 소유권마저 민간기업에 넘겨 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20~30%의 지분만 상장해 경영권을 국가가 소유하기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99년에 상장된 한국통신은 불과 3년 만인 2002년 정부 지분 0%로 완전 민영화됐다. 정부의 입장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쉽게 민영화할 수 있는 것이 주식상장 방식의 민영화다.

더군다나 정부가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에너지 공기업 8곳 중 발전 6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무려 4조원(발전 5사 1조8천억원·한국수력원자력 2조5천억원)을 넘었다.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엄청난 돈이 주식시장에 풀리는 셈이다. 론스타와 같은 먹튀 자본이 눈독을 들일 게 뻔하다.

또 가스기술·한전KPS·한국전력기술의 기술·정비업무 민간개방은 전기·가스·원자력 전반의 안전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민간개방은 안전·공급 안정성보다 수익성을 강조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기능조정 정책은 민영화보다 더욱 강도가 높은 공공영역과 공공안전 전반에 관한 국가의 철수라고 봐야 한다.



세계 1위 전력회사, 민영화가 웬말

▲ 신동진 전력노조 위원장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에너지 분야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이 공개됐다. 전력판매시장을 민간에 개방하여 효율성을 제고하고 사회적 편익을 증대시킨다는 그럴듯한 포장을 하고 있지만, 이는 재벌의 배를 불리고 전기요금의 폭등을 가져와 결국 국민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정부는 2016년 4월부터 일본 전력 판매시장이 전면 개방된 사항을 강조하며 일본식 모델을 그대로 대한민국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일본은 전기요금이 유독 높은 나라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력요금이 더욱 높아져 국민적으로 요금인하 요구가 컸다. 이를 토대로 전기요금을 낮추기 위해 전력 판매시장을 개방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60%로 저렴하다. 낮은 요금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데도 이러한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하는 것은 전기요금 인하가 목적이 아니라 공공성을 팔아 재벌을 배불리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최근 한국전력(KEPCO)은 최근 미국 포브스지 발표에서 세계 전력회사 1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했다. 전력산업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다가오는 통일시대, 나아가 동북아 전력네크워크 구성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시점에 이런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현재의 기능조정안은 철회돼야 할 것이다.

전력노조는 정부의 일방적인 전력 판매시장 개방 계획 등 에너지 분야 기능조정 방안을 강력히 반대한다. 우리나라 에너지산업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이런 결정은 관계기관들끼리 더 많은 토론과 의견수렴을 통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가 전력 판매시장 개방 시도를 이어 간다면 전력노조의 강력한 반대투쟁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공기업형태 유지? 정부 말 믿지 않는다

▲ 신현규 발전노조 위원장

현장에서 일하는 당사자들과 사전 논의가 전혀 없이 몇몇 전문가들이 밀실에 모여서 안을 짜냈다. 정부는 민영화와 수익성 위주로 모든 걸 재편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등 발전 5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 공기업 형태를 유지하겠다고 하는데 믿지 않는다. 우회적으로 주식상장을 통한 민영화로 가는 첫 단추다.

주식시장에 상장되면 발전사 운영은 주주이익 극대화로 귀결될 것이다. 현재 주주는 정부다. 여기에 민간자본이 들어오면 발전사 고유의 역할인 전력공급의 안정보다는 돈벌이 중심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높다. 공공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다.

발전노조는 국회와 시민사회단체, 다른 노조와의 연대활동을 통해 발전사 주식상장이 왜 문제인지 알려 내는 데 주력할 것이다. 그러나 주식상장이 가시화되면 지난 2002년 파업 때처럼 배수의 진을 치고 투쟁에 나설 것이다.



정부 정책실패, 노동자에게 떠넘기기

▲ 선승대 광물자원공사노조 위원장

정부는 일관성 없이 추진해 온 해외자원개발의 문제를 광물자원공사에 떠넘기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은 현실과 동떨어진 데다 세부적으로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빠져 있다. 정권의 무리한 요구에 따라 해외 자원개발에 나선 책임마저 노동자들이 떠안게 됐다.

단시간 동안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게 나선 것도 문제다. 해외자원 개발을 시작할 때보다 해외 광물자원 가치가 2배 이상 떨어지다 보니 2조원 이상 손실을 냈다. 해외 광물 가치가 떨어지는 걸 반영했어야 하는데 못했으니 공사가 잘못한 점이 있기는 있다.

해외자원개발로 손실을 입은 것을 책임지고 개선해야 하는데 기관을 통폐합하는 방식은 방향이 잘못됐다. 주요국들이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자원 확보 노력을 계속할 생각이라면 더더욱 이번 결정이 잘못됐다.

해외자원 확보가 중요하다면 잘못된 부분을 고쳐 나가고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일관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 경영평가에서 E등급을 받았다. 손실을 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E등급 평가를 받고 손실을 입었다고 공사의 존재 이유를 부정할 수는 없지 않나.



재벌특혜 물꼬 터 주는 가스민영화 시도 중단해야

▲ 박철효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기획국장

정부는 가스 도입·도매시장을 2025년부터 민간에 개방한다는 방침인데, 그 전에 시장경쟁 구도를 조성하기 위해 민간 직수입을 활성화한다고 했다. 직수입 활성화 시도는 지난 2013년도에도 한 차례 시도됐다가 좌절된 적이 있었다.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이 직수입자가 수입한 물량의 국내외 판매 허용을 골자로 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노조·야당·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국내 판매 조항이 삭제된 채 해외 판매 부문만 살려서 통과됐다. 그런데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재편되면서 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 통과가 어려울 것 같으니 법이 아닌 시행령을 개정해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직수입자 간 천연가스 국내 판매 허용은 우회 민영화다. 직수입자 난립과 직수입 대상 확대로 인한 국가적 천연가스 수급상황 악화, 구매력 분산에 따른 도입가격 인상 등 국민이 입게 될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정부가 이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바로 재벌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함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9·15 정전사태 이후 민간사업자들에게 가스복합화력발전을 승인해 준 바 있다. 이후 민간사업자들의 물량이 대폭 늘어났으나 5·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기저발전기(원자력·석탄)가 늘어나면서 가스복합화력발전 이용률이 대폭 떨어졌다. 유가하락과 이용률 감소로 손실부담이 커지게 됐다. 때문에 민간사업자들은 직수입 물량을 국내에 판매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며 끊임없이 정치권에 로비를 펼쳐 온 것이다.

결국 가스 도입·도매 민간개방 확대라는 틀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민간 직수입자들이 이미 도입한 물량뿐만 아니라 향후 도입물량도 국내에서 재판매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가 전력·가스를 민영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다른 노조들과도 협력해 대국회·대정부 투쟁을 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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