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는 역대 어떤 국회보다 빠르게 원구성 협상을 마치고 개원식을 치렀다. 하지만 상임위원회 배정을 둘러싸고 비교섭단체 국회의원이 설움을 겪는 국회이기도 하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16일로 사흘째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언론전문가로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희망상임위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를 신청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현대자동차 현장노동자 출신이자 민주노총 전략후보로 당선된 윤종오 무소속 의원도 환경노동위원회를 1순위로 지원한 뒤 의정활동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두 의원은 원하는 상임위로 가지 못했다. 추 의원은 외교통일위원회, 윤 의원은 미방위에 배정됐다. 자신의 분야와 완전히 동떨어진 상임위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원구성 협상에서 배제된 비교섭단체 소속이다. 비인기 상임위인 환노위에 비교섭단체 의원인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윤종오 무소속 의원 2명이 신청한 데서 비롯된 일이다.

비교섭단체 의원들은 말한다.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는 데 유리한 인기 상임위에는 환노위의 두 배 가량의 정수를 주면서 환노위에 1명 정수를 늘리는 게 왜 안 되냐고. 환노위 정수는 16명인 반면 국토교통위원회는 31명,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30명,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9명이나 된다.

정의당 원내지도부와 윤 의원은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를 찾아다니며 상임위 재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오전 취임기자간담회에서 “여야 지도부와 협의했지만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다”며 “정의당 지도부와 당내에서 자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검토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비교섭단체 상임위 배정은 여야 협상에 달려 있는데, 거대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환노위에 정수 1명을 늘리는 것에 찬성한 상태”라며 “새누리당만 남았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1명을 양보하면 된다”며 “가뜩이나 환노위에 여당 의석(6명)이 적은데 정수 추가시 여야 간 의석수가 더 벌어진다”고 난색을 표했다.

2년 전인 19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 배정 당시에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환노위에서 배제해 논란이 됐다. 결국 여야는 환노위 정수를 1명 늘린 다음 심 의원을 환노위에 배정했다.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란 말이다. 거대 여야의 핑퐁게임에 밀려 비교섭단체 의원들이 뺨 맞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야 원내대표들의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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