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비혼여성인 오재본(38)씨는 홈플러스에서 가공식품을 진열하는 일을 한다. 상품을 가지런히 놓고 고객을 응대하면서 그가 받는 시급은 6천430원이다. 착실하게 일했지만 돈을 모으기는커녕 대출금도 갚지 못하고 있다.

오씨는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도 낳고 싶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죄인이 된 기분이 든다고 호소한다. 그는 “최저시급을 받는 내가 아이를 낳아 잘 기를 수 있을까 불안하다”며 “비정규직을 엄마로 둔 아이가 나처럼 가난하게 살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롯데마트 온라인부서에서 일하는 이현숙(43)씨는 매달 114만원가량을 손에 쥔다. 월세·이동통신요금 등을 내고 남은 30만원으로 한 달 동안 생활해야 한다. 1인가구인 이씨는 “나도 사람들을 사귀고 싶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싶지만 생활이 너무 팍팍하다”며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마트산업노조 준비위원회(마트준비위)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라고 촉구했다. 마트준비위에 따르면 대형마트 빅3인 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 노동자들이 받는 월급은 최저임금 126만270원(주 40시간)보다 적다. 대다수 노동자들이 1주 40시간 미만을 근무하기 때문이다.

마트준비위 관계자는 “마트 3사는 전국 대형유통점 매출액의 80.3%를 차지하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며 “최저임금위원회는 492만명에 달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최저임금 당사자를 위한 심의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트준비위는 “내년 최저임금 논의가 정부와 사용자단체의 숫자놀음으로 진행된다면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저임금위는 28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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