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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흥 '불법파견 천국' 오명 벗을까] 노동부 정규직 채용지원, 상시감독·불법파견 근절대책 내놓아실태조사 3년 만에 '늑장 대책' 발표 … 지역 노동계 “일단 환영, 지켜보겠다”

불법파견 천국으로 불리는 안산·시흥지역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칼을 빼들었다. 파견 수요를 줄이기 위해 인력공급을 지원하는 한편 전담 근로감독관을 배치해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늑장 대처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전체 파견노동자 10명 중 1명이 안산·시흥지역에 있는 데다, 이들 다수가 불법파견이라는 사실은 2013년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실태조사로 세상에 알려졌다. 노동부가 추진 중인 제조업 파견허용 정책(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과 맞물려 이번 대책이 실효성 있게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산지청은 15일 "안산·시흥지역 파견근로자 보호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파견업체 330곳에 파견노동자 2만명, 대부분 불법파견=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허가받은 파견업체는 2천743곳이다. 이 중 12%에 해당하는 330개 업체가 안산·시흥지역에 있다.

안산·시흥지역 파견노동자는 2만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 전체 파견노동자(21만명) 10명 중 1명이 해당 지역에 있는 셈이다.

두 번째로 파견노동자가 많은 경기도 성남에 5천여명, 공단 밀집지역인 경남 창원에 2천여명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안산·시흥지역의 파견노동자 밀집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허가 파견업체가 파견한 노동자까지 합치면 규모가 4만명에 이를 것으로 지역 노동계는 추정하고 있다.

파견노동자 90% 이상이 불법파견인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안산·시흥지역 사업체들이 일시·간헐적 사유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비율은 93.4%로 전국 평균(28.1%)의 세 배를 웃돈다. 파견법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일시·간헐적 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 6개월 동안만 파견을 허용한다.

그러나 안산·시흥지역 업체들은 일시·간헐적 사유를 핑계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파견노동자를 상시 고용하고 있다. 6개월마다 사람만 바꿔 사용하는 돌려막기 식 파견노동이 횡행한다. 6개월마다 재계약을 하면서 같은 노동자를 계속 쓰는 사업주가 양심적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다. 노동부 안산지청이 지난해 벌인 근로감독에서 88개 사업장이 불법파견으로 적발됐는데, 이들 사업장에서 적발된 파견노동자의 98%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서 상시업무를 하고 있었다.

◇파견수요 축소·불법파견은 엄벌=노동부 안산지청이 이날 내놓은 대책은 파견수요 축소와 불법파견 근절로 요약된다. 지역 업체들은 “인력이 부족하고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법인 줄 알면서도 파견노동자를 쓰고 있다.

안산지청은 이에 안산·시흥스마트허브(옛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 인력을 공급하는 ‘스마트허브 고용지원센터’를 신설한다. 업체들의 수요에 맞게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기능 습득·향상 훈련을 제공해 미스매치 현상을 줄일 계획이다. 정규직 취업과 취업자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동시에 불법파견 전담 근로감독관 2명을 스마트허브 고용지원센터에 배치해 상시적인 근로감독을 펼친다. 노동계는 “그동안 노동부 집중단속 기간에 업체들이 일제히 파견노동자를 휴가 보내 단속을 피하는 짬짜미 근로감독이 진행됐다”며 “상시감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관합동 불법파견 신고센터 운영도 촉구했다.

안산지청 관계자는 “고용지원센터에 파견된 전담 근로감독관이 일상적으로 불법파견 신고를 받고 근로감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조업 파견노동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사업주들이 인력난을 호소하면서 이러한 관행을 반복해 왔다”며 “공공고용서비스를 확대해 필요인력을 공급해 주는 대신 불법파견 관행을 지속하면 엄벌하겠다는 의미를 대책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안산지청은 이달부터 정책을 시행하고 8월과 11월 두 번에 걸쳐 추진 상황을 점검·보완할 예정이다.

◇대책 마련은 환영, 늑장 대처는 비판=지역 노동계는 “뒤늦었지만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의 문상흠 공인노무사는 “뒤늦긴 했지만 그동안 시민단체와 노동계가 요구했던 사항을 상당 부분 반영한 대책”이라며 “정부가 정규직 취업을 지원하고 사후관리까지 책임진다면 잘못된 고용형태를 바로잡는 데 어느 정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노무사는 그러면서도 “시기가 매우 늦었다”고 지적했다. 안산·시흥지역에서 2010년을 전후로 파견노동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만연한 상황이라서 대책이 실효성을 있게 추진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는 특히 “파견노동자를 6개월마다 교체해 사용하는 안산·시흥식 돌려막기 파견모델이 인근 인천과 경기도 화성, 충북 청주까지 퍼진 상황”이라며 “정부의 늑장 대처가 화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불법파견 근로감독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현철 민주노총 안산지부 부의장은 “정부가 먼저 불법파견을 엄벌하고 근절해야 고용지원서비스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강한 의지를 담지 않는 한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불법파견 단속이 제조업종 파견 허용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과 달라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 안산·시흥지역 파견노동자 대책은 노동부 본부가 아닌 안산지청 차원에서 발표됐다.

새누리당과 노동부는 지난해 9월 파견법 개정안을 발의한 뒤 안산·시흥지역을 두 차례나 찾았다. 그러나 불법파견 근절보다는 제조업 파견 허용을 통한 일자리난 해소에 강조점을 둔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해 12월 안산·시흥스마트허브를 방문했던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김정훈 의원은 “뿌리산업이 청년 취업기피와 이직률 증가로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며 “뿌리산업 파견허용을 포함해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문상흠 공인노무사는 “공무원들이 안산·시흥지역 불법파견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는데, 불법파견인 제조업 파견이 앞으로는 합법파견이 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현철 부의장 역시 “파견법이 개정되면 이미 만연한 안산·시흥 파견노동이 더욱 활개를 칠 것”이라며 “파견법 개정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안산지청 관계자는 “법 개정은 본부에서 하는 일이기에 현장을 관리하는 지청과는 상관이 없다”며 “(법 개정 여부와 상관없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불법행위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 내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산·시흥은 왜 불법파견 천국 됐나

안산·시흥지역이 불법파견 천국이 된 것은 지역적·산업적 특색과 함께 중소·하청업체의 인건비 따먹기 식 경영구조, 정부의 초기대처 잘못 같은 복합적 요소가 어우러진 결과다.

안산·시흥지역 파견노동은 2010년을 전후해 급증했다. 안산·시흥스마트허브 입주업체들의 산업적 특성이 자동차 부품사에서 IT·전자 부품사로 바뀌는 시기와 맞닿아 있다.

자동차는 특정 모델이 개발되면 지속적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부품이 자주 바뀌지 않고 생산량도 안정적이다. 반면 IT·전자산업은 스마트폰을 생산하더라도 자주 모델이 바뀌고 수요도 들쑥날쑥하다.

게다가 원청인 대기업이 필요에 따라 즉시 생산해 즉시 납품하는 무재고·직서열 방식을 선호하면서 하청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러한 산업적 특성 변화가 고용유연성 욕구를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이주노동자가 많다는 지역적 특성도 한몫했다. 2013년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불법파견 노동자의 90%가 이주노동자였다. 또 단가인하 압력 속에 중소협력업체 사업주들은 인건비 따먹기 식 경영에 매몰했다. 정식 취업이 어려운 이주노동자와 노동력을 값싸게 이용하려는 사업주의 이해가 맞물려 불법파견이 만연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조기에 불법파견 근절에 나섰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문상흠 공인노무사는 “2000년대 중후반만 해도 그나마 파견 채용 후 정규직 전환이라는 관행이 있었다”며 “불법이라고 단속하는 사람조차 없으니 이러한 관행마저 급속히 붕괴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석  seok@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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