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동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전태일이 생전에 원했으나 사후에 생긴 대학생 친구. 자본주의 세상의 혁명을 위해 이론은 마르크스, 실천은 전태일을 최고로 치는 운동가. 노동대학을 개설하고 직접 노동운동사를 강의하는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김승호.

김승호는 울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968년 서울대 상대에 입학해 삼선개헌을 추진하는 박정희 군부독재에 저항하며 운동을 시작했다.

학생운동이 노동운동과 농민운동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던 1970년 11월13일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다. 대학생 친구를 원했던 또래 노동자의 분신은 큰 충격이었다. 김승호의 주도로 학생들과 교수들은 반성투쟁을 전개했고 동맹휴업이 이어졌다. 이때부터 한 살 아래의 산 대학생과 죽은 노동자는 친구이자 동지가 됐다. 그가 노동운동에 투신해 40년을 훌쩍 넘어 50년을 바라보게 된 계기였다.

71년 10월 위수령에 의한 강제징집으로 입대하면서 '먹물티'를 철저히 뺐다고 한다. 전태일의 삶이 중단된 곳에서 노학연대의 물꼬를 트는 김승호의 현장활동이 이어졌다. 섬유노조 교육선전부장으로 근무하다 광주항쟁 직후 노동계 정화 차원에서 해임되기도 했다.

80년대에는 운동단체들과 위장취업자들, 해고노동자들의 조직화가 봇물을 이뤘다. 김승호는 80년대 중반까지 현장활동을 계속했다. 86년 안산노동자권익쟁취투쟁위원회 위원장, 87년 경수지역노동자연합(경수노련) 의장을 역임했다.

마침내 87년 7·8·9월 노동자 대투쟁의 깃발이 전국에 나부꼈다. 김승호는 감격적인 투쟁의 현장에 함께했다. 88~89년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전국노운협) 노조사업특별위원회 위원장, 89년 전국 노동법개정 및 임금인상투쟁본부(전국투본) 부본부장으로 활동했다.

90~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공동의장을 지냈고, 90년부터 93년까지 전국노운협 공동의장을 맡았다. 90년부터 95년까지는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지도위원이었다. 93년부터 현재까지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운동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승호는 90년대 중반 이후 공공부문에 좀 더 많은 애정을 쏟았다. 제조업을 넘어 철도·체신·전력 등 기간산업 노동운동 외연확장에 나섰다. 한국통신노조 민주화와 투쟁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견인했다. 이때 '제3자 개입 주사파'로 수배된다. 민주노총 결성 직전에는 이적단체 수괴로 또 수배를 당했다. 수배는 95년부터 5년간 이어졌다. 경찰에 '김승호전담반'까지 꾸려졌을 정도였다.

김승호는 5공과 6공, 김영삼 정부에 이르기까지 다섯 번의 수배를 당했다. 86년 말 안산 노동자권익투쟁위 활동으로 인한 수배와 89년 공안합수부의 제3자 개입 위반 수배, 91년 2월 경수지역노동자연합 사건 수배 등으로 고초를 겪었다.

김승호는 마지막 수배를 당한 95년 이후 5년간 자본론과 요강(그룬트리세)을 정독했고, 전태일평전을 수차례 읽으면서 이론적 성찰과 운동의 방향에 대해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노동운동의 목표가 노동해방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해방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노동해방은 자본주의 다음의 과도기 상태일 뿐이라는 것이다. 100년의 시차를 둔 마르크스와 전태일의 만남. 그리고 김승호의 통찰적 전망이 그가 운영하던 '민주노동연구소'라는 단체명을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로 바꾸게 만들었다.

필자와는 96년 김시자 열사 분신대책위와 이후 활동에서 직간접적으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안위를 걱정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장에서 김승호 대표의 지도를 받은 활동가들과 경쟁적 협조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대선배인 김승호 대표의 따뜻한 미소와 격려는 필자에게 늘 힘이 됐다.

2000년 6월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설립추진위’를 거쳐 그해 말 사이버노동대학이 개교했다. 김승호는 개교할 때부터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다. 노동대학은 3년 과정이다. 1학년은 자본주의 비판, 2학년은 현실자본주의인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 비판과 그 대안들에 대한 비판, 3학년은 전문실천과정을 공부한다. 인간해방이 이뤄지는 진정한 대안사회를 찾아보고, 그런 세상을 실현할 실천전략과 원칙들을 공부하는 과정이다. 올해 16기 학생을 모집하며 변함없이 노동운동의 소중한 자산들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경제 대공황과 IMF 신탁통치>(1997, 한울), <신자유주의와 세계민중운동>(1998, 한울) 등이 있다.

김승호 대표는 지금도 전국을 돌며 열정적으로 강의한다. <매일노동뉴스>에는 월 2회 '김승호의 노동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다.

“학습 없는 실천은 맹목이지요. 또 실천 없는 학습은 지적 유희지요. 그러므로 반드시 학습과 실천 두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합니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김승호 대표의 소신과 염원대로 새로운 사회를 향한 노동자들의 학습과 실천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기를.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hdlee2001@empas.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