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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과 파업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대우조선해양노동조합이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현대중공업노동조합도 파업 찬반투표에 앞서 쟁의발생을 결의한다고 보도됐다. 대우조선해양노조는 "일방적인 구조조정 저지와 총고용 보장을 위해 찬반투표에 나섰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투표가 마무리된 이후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고 기사는 쓰여 있었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올해 임금·단체교섭이 여의치 않자 오는 17일 울산 본사에서 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을 위한 임단협 쟁의발생을 결의하기로 했다는데, 노조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교섭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고 노사협상 책임자인 사장이 직접 교섭장에 나오지 않으면 법 절차에 따라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뭐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는 것이, 쟁의발생 결의를 한다는 것이 특별한 뉴스는 아니다. 그런데도 대우조선해양에서, 현대중공업에서 한다는 것이 오늘 특별히 뉴스로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수조원이 투입된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조선사업장에서 쟁의행위를 염두에 둔 노조의 행위라서 특별하다고 이렇게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2. ‘구조조정에 파업이 웬 말이냐.’ 뉴스는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지역 상공인과 주민의 말로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걱정이 태산이다" "현 지역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파업은 곤란하다” "노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엄청난 적자에 수개월째 수주도 없다는 조선사업장에서 노조가 파업을 하면 회사가 망한다고 걱정하면서 구조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었다. 이 뉴스 기사만이 아니다. 취재기사로, 칼럼과 사설로 이 나라에서 언론은 이런 말을 해 왔다. 이런 말은 노조의 파업을 앞두고 사용자 자본과 권력이 수시로 해 온 말이기도 하다. 특별히 구조조정 시기에 하는 노조 파업에 대해선 어김없이 해 왔던 말이다. 노동자에게 파업의 자유를 선언해 줘야 하는 법원도 이 나라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일찍이 대법원은 “경영권과 노동권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에는 “기업의 경영상의 창의와 투자의욕을 훼손시키지 않고 오히려 이를 증진시키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함을 유의하여야 한다”며, “구조조정” 등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경영주체의 경영상 조치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해석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촉진시키는 것이 옳다”는 판결로 노골적으로 이른바 경영권 우위의 선언을 한 바 있고(대법원 2003.7.22 선고 2002도7225 판결), “기업의 구조조정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원칙적으로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복해서 판결해 왔다(대법원 2010.11.11 선고 2009도4558 판결 등). 즉 ‘구조조정에 파업이 웬 말이냐’는 말을 대법원은 이렇게 판결문에 써 왔던 것이다.

3. ‘구조조정에 파업이 웬 말이냐’는 그들의 말은 기업 구조조정에 노동자·노조가 파업 등으로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기업의 구조조정이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이라서 기업에서 사용자 자본의 처분에 맡겨진 일이라고 판결로 말하고 있다. 그리고 채권의 회수, 추가 지원 등으로 그런 사용자 자본의 결단을 압박하고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채권단이니 사용자 자본과 채권단이 주체로서 기업 구조조정을 결정하고 실행한다고 볼 수가 있다. 실제로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워크아웃)을 위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도, 법원이 관리하는 기업의 회생과 파산을 규정하는 법률도 주채권은행으로 대표되는 채권단과 기업의 법적 주인이라 할 주주 등 지분 소유자 및 기업에서 그의 대리인이라 할 경영진이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도록 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구조조정에 파업이 웬 말이냐’는 말은 이렇게 법적인 말인 것이다. 노동자·노조는 구조조정에 관여할 수가 없다고 법으로 선언하고서 하는 말인 것이다. 그런데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임금·복지 등 노동자권리가 삭감당한다. 오늘 이 나라에서 말하는 구조조정은 인력을 감축하고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을 말한다. 희망퇴직·명예퇴직, 그리고 정리해고 등으로 노동자를 사업장에서 퇴출시키고 복리후생비의 축소, 임금 동결과 삭감 내지 반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구조조정에서 노동자는 객체일 뿐이다. 기업 구조조정 주체의 처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자일 뿐이라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법은 선언하고 있다. 물론 기업 구조조정에서 주주로서 사용자 자본도 일정한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구조조정에 대해 채권단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자본의 감축 등 손해를 감수하게 된다. 주주로서 자본은 회사 경영의 주체이고 경영 이익을 챙겨 왔으니 경영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동자는 경영 주체도 아니고 경영 이익을 챙기지도 못했다. 그저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아 온 것이 전부였다. 기업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에서 채권자인 채권은행 등 채권단은 실질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좌우하는 권력을 휘두른다. 기업 구조조정에서 지배주주가 선임한 경영자는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서 권한을 행사한다. 노동자는 아무것도 아니다. 근로계약관계로 보자면, 노동자도 사용자 기업에 대해 엄연한 채권자다. 근로계약상 당사자로서 사용자에 대해 임금·퇴직금, 기타 근로계약상 의무를 이행토록 요구할 권한을 가진 채권자라고 할 수 있다. 기업 구조조정에서 채권은행 등 채권단이 행사하는 권력의 근거가 채권의 감축 내지 유예 등의 손실 감수에 따른 것이라면 노동자라고 기업 구조조정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는 근로관계상 채권에 근거해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하고, 회사의 운명이 결정되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는 구조조정에서 한 주체로서 지위를 가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아니다. 적어도 우리의 법에서는 노동자는 없다. 법에서, 구체적인 사건에서 그 법을 해석 적용해 온 법원의 판결에서 노동자는 구조조정의 대상이지 구조조정의 주체가 아니다. 그래서 노동자 아닌 그들은 ‘구조조정에 파업이 웬 말이냐’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20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산업 구조조정은 시장원리에 따라 기업과 채권단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조선업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밝혔다. 기업과 채권단이 기업 구조조정의 주체로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것인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법적으로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었다. 박 대통령은 "실직자·협력업체·지역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6월 중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연설했는데, 여기서도 노동자는 주체가 아니라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사업장에서 퇴출될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그러니 만약 파업이라도 하게 되면 박 대통령도 말할지 모른다. “구조조정에 파업이 웬 말이냐.”

4. 구조조정에서 노동조합은 없다. 기업구조조정 촉진법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도 노동조합은 사용자 기업이 채권단·법원에 제출할 구조계획안에 첨부할 의견을 말하는 주체에 불과하다. 거기서 많은 노조들이 무쟁의를 선언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이 나라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에서 노동조합은 항복선언하는 주체로 취급되고 있다. 파업 등 노동기본권을 행사하는 주체가 아니라 이를 포기하는 주체로 이 나라에서는 법을 통해 노동조합에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기업 구조조정은 노동조합이 하는 단체교섭 대상도 아니고 쟁의행위 목적도 아니라고 법이 선언하고 있다고 법원은 반복해서 판결해 왔다. 이렇게 기업 구조조정에서 노동자·조합원을 위해 할 일이 없는 노동자단체가 노동조합이라고 법은 말하고 있지만, 그런 노동자단체라면 노동자에게 필요가 없다. 법이 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노동조합이라면 조합원에게 쓸데가 없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사업장에서 퇴출당하고, 임금 등 노동자권리를 삭감당해야 하는 노동자는 아무런 쓸데없는 그런 법대로의 노동조합 대신 구조조정에 맞서 자신의 고용과 노동자권리를 지켜 줄 노동자단체가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법이 안 된다고 선언했다고 해도, 법을 초월해서라도 자신의 생존을 지켜 내 줄 단체가 필요하고 노동자는 외칠 것이다. 노동자를 대상으로 객체로만 취급하는 구조조정에서 회사 살리기를 위해 노동자에게 희생하라고 말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파업이 불법이라도 노동자는 자신을 사업장에서 추방하려는 사용자 자본과 채권단이 주도하는 기업 구조조정에 맞서 파업투쟁을 하라고 노동조합에 요구할 것이다. 고용 등 근로관계상 권리를 침해당하는 자에게 ‘구조조정에 파업이 웬 말이냐’고 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다. 합의 없는 권리 침해는 강탈일 뿐이다. 법으로 법원의 판결로 선언했다고 해도 노동자에겐 정당한 것일 수 없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자·노동조합의 침묵을 강요할 수는 없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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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onis Yoon 2016-06-14 11:38:00

    회사 구조조정시 노동자의 권익만 언급하지 말고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의 책임과 역활에 대해서도 논의가 균형있게 다루어 졌으면 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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