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전력이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직접활선 공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직접활선 공법으로 전선교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감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2일 건설노조 광주전남전기원지부(지부장 하태훈)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광주 북구 문흥지구 고가 입구에서 노후전선 교체작업을 하던 이아무개씨(37)가 감전돼 오른쪽 팔과 얼굴 등에 화상을 입었다. 이용철 지부 광주지회장은 "직접활선 공법으로 전선 교체작업을 하다 이씨의 가슴이 전선에 접촉되고 오른팔이 완금(어깨쇠)에 닿으면서 감전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관리·감독을 하는 한전 직원들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태훈 지부장은 "한전이 긴급하지 않은 공사를 일요일에 하도록 작업지시서를 내리더니 안전감독도 하지 않았다"며 "활선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 토요일·일요일까지 쉬지 않고 일하면서 피로 누적에 따른 안전사고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광주전남지역에서만 올 들어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한전은 지난 10일 "작업자가 보다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활선공법을 개선할 계획"이라며 "직접활선 공법은 원칙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직접활선 공법은 노후전선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전기를 끊지 않고 작업하는 공법이다. 정전으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고, 전류를 차단하거나 우회시키는 공법보다 인건비·공사비가 적게 든다. 한전이나 시공업체들이 직접활선 공법을 선호하는 이유다.

노동계는 감전에 따른 사망·부상 사고가 속출하면서 2001년부터 직접활선 공법 폐지를 요구했다. 최근에는 고압전류를 손으로 만지는 전기노동자들이 암이나 뇌심혈관계질환에 걸리고 같은 질병으로 숨지는 사례가 보고되면서 직접활선 공법 폐지 여론이 높아졌다.

이에 한전은 전선에 직접 접촉하지 않는 바이패스케이블 공법을 최대한 활용하고, 절연스틱을 이용해 작업하는 스마트스틱 활선공법 등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건설노조는 한전 발표 뒤 "현장은 여전히 직접활선 공법으로 작업하고 있기 때문에 한전 결정이 실제 집행되기 위해서는 직접활선 작업에 대한 구체적 실행계획서가 마련돼야 한다"며 "한전의 발표가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다음주까지 구체적인 일정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석원희 노조 전기분과 위원장은 "한전이 직접활선 공법을 바이패스케이블 공법 등으로 변경하려면 작업지시서를 수정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내려보낸 작업지시서도 바꿔야 하는데 그런 지시가 없다 보니 현장에서는 직접활선 공법을 계속 쓰고 있고, 이번 사고도 그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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