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보기 다음 기사보기 2024-04-26 개 풀 뜯어먹는 소리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포토뉴스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기자명 정기훈 입력 2016.06.10 08:00 댓글 0 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닫기 한강 노들섬 사는 개 노들이 2세가 한가로이 풀을 씹는다. 보통 터무니없는 말을 두고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하는데, 개는 종종 풀을 뜯는다. 먼 친척 중에 진돗개도 있다는데, 종류를 딱히 말할 수는 없단다. 동네 흔한 똥개다. 사람을 물지 않는단다. 거기 텃밭 도시 농부들이 오며 가며 아는 체를 하면 좋다고 꼬리 치며 바닥을 구른다. 앉아 소리도 잘 알아듣는다. 지킬 것도, 딱히 바쁠 일도 없어 노들이는 내내 노닐었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귀가 쫑긋, 경찰 무전 소리에 화들짝 잠시 놀랐지만 곧 풀 뜯고 자빠졌다. 주말도 아닌데 그 일대가 북적거렸다. 개팔자가 상팔자, 뒷발 들어 가려운 목을 긁다가 파리 사냥에 나섰다. 꼬리 물고 빙글빙글 돌다 멈추고 누군가 던져 준 마른 뼈다귀를 으적으적 씹었다. 지금 고분고분 그릇에 얼굴 묻고 사료를 먹지만 그도 분명 날카로운 어금니를 가졌다. 한때 산과 들판을 자유롭게 내달리며 사냥했고, 날고기 맛을 봤다. 안정적인 먹이와 비와 추위를 피할 나무 집, 그리고 적잖은 애정을 얻었지만 쇠사슬이 그 대가였다. 노닐었지만 그건 쇠사슬 길이 만큼이었다. 빵빵, 자동차 경적이 요란했다. 길 막혀 답답한 사람들이 창문 내려 개새끼를 찾았다. 멍멍, 노들이가 짖었다. 신호등엔 노란 불이 점멸했다. 노동자 둘이 현수막 들고 한강대교 아치를 거닐었다. 카메라가 몇 대 왔고, 국회의원이 왔고, 기사가 몇 줄 났다.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거리라는데, 요사이 노동자는 어딘가 올라서야 잠시 뉴스가 된다. 이게 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일 텐데, 개는 풀을 뜯어먹는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공유 이메일 기사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닫기 기사 댓글 0 댓글 접기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댓글 내용입력 비회원 로그인 이름 비밀번호 댓글 내용입력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회원 로그인 비회원 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로그인 옵션 창닫기
한강 노들섬 사는 개 노들이 2세가 한가로이 풀을 씹는다. 보통 터무니없는 말을 두고 개 풀 뜯어먹는 소리라고 하는데, 개는 종종 풀을 뜯는다. 먼 친척 중에 진돗개도 있다는데, 종류를 딱히 말할 수는 없단다. 동네 흔한 똥개다. 사람을 물지 않는단다. 거기 텃밭 도시 농부들이 오며 가며 아는 체를 하면 좋다고 꼬리 치며 바닥을 구른다. 앉아 소리도 잘 알아듣는다. 지킬 것도, 딱히 바쁠 일도 없어 노들이는 내내 노닐었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귀가 쫑긋, 경찰 무전 소리에 화들짝 잠시 놀랐지만 곧 풀 뜯고 자빠졌다. 주말도 아닌데 그 일대가 북적거렸다. 개팔자가 상팔자, 뒷발 들어 가려운 목을 긁다가 파리 사냥에 나섰다. 꼬리 물고 빙글빙글 돌다 멈추고 누군가 던져 준 마른 뼈다귀를 으적으적 씹었다. 지금 고분고분 그릇에 얼굴 묻고 사료를 먹지만 그도 분명 날카로운 어금니를 가졌다. 한때 산과 들판을 자유롭게 내달리며 사냥했고, 날고기 맛을 봤다. 안정적인 먹이와 비와 추위를 피할 나무 집, 그리고 적잖은 애정을 얻었지만 쇠사슬이 그 대가였다. 노닐었지만 그건 쇠사슬 길이 만큼이었다. 빵빵, 자동차 경적이 요란했다. 길 막혀 답답한 사람들이 창문 내려 개새끼를 찾았다. 멍멍, 노들이가 짖었다. 신호등엔 노란 불이 점멸했다. 노동자 둘이 현수막 들고 한강대교 아치를 거닐었다. 카메라가 몇 대 왔고, 국회의원이 왔고, 기사가 몇 줄 났다.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거리라는데, 요사이 노동자는 어딘가 올라서야 잠시 뉴스가 된다. 이게 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일 텐데, 개는 풀을 뜯어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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