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판결에 따른 비정규직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옛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에 올라 농성을 벌인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사내하청지회 최정명·한규협씨가 8일 농성을 마치고 내려왔다. 363일만이다. 경찰은 최씨와 한씨를 체포해 곧장 구급차에 태웠다. 기자회견을 위해 기다리던 가족과 연대단체 회원이 이에 항의하며 바닥에 누워 최씨와 한씨가 타고 있는 구급차를 가로막고 있다. 정기훈 기자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 옛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에 올랐던 최정명(46)·한규협(42)씨가 농성 363일 만인 8일 땅을 밟았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는 이날 오후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헌신적인 투쟁을 지부가 이어받겠다"고 밝혔다.

가만있으면 정규직될 그들, 왜 하늘감옥에 올랐나

두 노동자가 농성을 시작하며 내걸었던 요구는 크게 두 가지다.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책임질 것과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014년 9월25일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사내하청은 불법이므로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판결했다. 2011년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만에 얻은 결과다. 하지만 기아차는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는 1심 재판결과를 이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후 지난 5월12일 기아차 사측과 지부는 사내하청 노동자 3만400여명 중 465명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기로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최씨와 한씨는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두 사람은 합의를 거부하고 같은해 6월11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 관계자는 "가만히 있으면 정규직이 됐을 사람들인데도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대의를 위해 스스로를 하늘감옥에 가둔 것"이라며 "노동운동이 습관적으로 외쳤던 비정규직 철폐를 행동으로 실천했다"고 평가했다.

한씨와 최씨의 1년에 가까운 농성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사과도 사내하청 전원의 정규직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농성을 마무리하기 전 한씨는 "대화 의지가 전혀 없던 사측이 특별교섭에 응하고 불법파견 문제를 사회에 알려 낸 것은 성과이지만 끝장을 보고 내려가지 못하는 심정은 아쉽고 안타까울 따름"이라는 일기를 남겼다.

"공장 안에서 싸우겠다"

이들은 제조업 불법파견 문제를 알리는 것과 함께 노동계, 특히 기아차지부를 압박하려는 목표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그간 "불법파견 문제 해결의 열쇠는 회사와 지부가 쥐고 있고, 노조 교섭은 협상장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지부가 기아차를 압박하는 현장투쟁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씨·최씨의 고공농성이 마무리 되면서 기아차 불법파견 논란은 지부와 사측이 벌이는 특별교섭으로 옮겨 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다음달 본격적인 특별교섭을 시작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김성락 기아차지부장은 "고공농성 투쟁의 성과를 안고 불법파견 정규직화와 복직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했다"며 "불법파견 투쟁의 모범을 만들도록 모든 역량을 모아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수억 지부 사내하청분회장은 "기아차 사내하청 불법파견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성자들은 이날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치료 후 경찰조사를 받게 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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