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확대를 강행하면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노동자 동의절차를 생략하는 곳이 속출하는 가운데 이사회 의결 과정마저 건너뛰는 공공기관까지 나왔다.

6일 노동부유관기관노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노사발전재단은 지난 3일 엄현택 사무총장 결재만으로 기존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성과연봉제 운영기준을 만들었다. 재단은 내년부터 성과연봉제를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성과연봉제 도입·확대를 마무리한 공공기관은 114곳이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51개 기관에서 절차상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자 동의절차 없이 이사회 의결(서면의결 포함)을 밀어붙이거나 강압적인 방식으로 노조나 노동자 개별 동의를 받은 끝에 성과연봉제 도입 혹은 확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노사발전재단은 개별 노동자 동의는 고사하고 이사회도 열지 않은 채 성과연봉제를 확대했다. 재단 관계자는 “지금도 보수규정에는 기준연봉의 20% 이상을 성과연봉으로 책정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보수규정을 고치지 않고 구체적인 운영기준만 만든 만큼 노조 동의나 이사회 의결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단측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재단이 보수규정을 통해 ‘기준연봉(기본연봉+성과연봉) 20% 이상’을 성과연봉으로 책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1·2급 직원은 해당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반면 3급 이하 직원은 기본연봉의 7.5%만 성과연봉으로 받는다. 기존 보수규정이 일부 직원에게만 적용됐다는 얘기다.

재단이 3일 만든 성과연봉제 운영기준을 보면 일반HR컨설턴트·행정원(정원외인력 중 일부 직종)은 기본연봉의 7.5%, 나머지는 모두 총연봉의 20% 또는 기본연봉의 25%를 성과연봉으로 책정해야 한다.

재단은 특히 기획재정부 지침대로 1~5급 직원 기본연봉은 전년 근무성적 평가를 토대로 차등인상률을 두고, 1~4급 직원은 누적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불이익 소지가 크다. 차등인상과 누적방식은 종전 보수규정에도 없는 내용이다. 게다가 3~5급 직원들은 성과연봉 지급액 차등 폭이 현행 30%포인트에서 68%포인트로 커진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재단 전체 직원 274명 중 1~2급은 10명에 불과하다. 96%의 직원이 3급 이하다.

결과적으로 성과연봉제 운영기준 변경은 대다수 재단 직원들의 근로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형식적 보수규정을 근거로, 이사회도 없이 사무총장 결재만으로 처리해 버린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공동이사장 제도로 운영되는 기관임에도 공동이사장 의사를 무시한 채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재단의 존립 근거가 사라졌다”고 비난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재단 공동이사장을 맡고 있다.

한편 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도 2008년부터 전 직원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4월 이사회를 열지 않고 보수규정 시행규칙을 변경했다. 기재부 지침에 맞추기 위해서다. 노동부유관기관노조와 고용정보원지부는 정보원측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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