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도입방안에 맞서 금융노동계가 주목하는 금융상품이 있다. 바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다. 금융노조는 ISA가 실적경쟁과 불완전판매 같은 성과연봉제의 부작용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는 판단에 따라 폐단을 바로잡는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6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조는 ISA대책팀을 꾸리고 7일 오전 서울 다동 노조사무실에서 첫 회의를 한다. 노조는 ISA와 관련해 조합원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지난달 말 ISA대책위원회와 대책팀을 구성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3월 ISA 출시 이후 한 달 동안 은행권에서 136만2천800여개 계좌가 개설됐다. 그런데 이 중 무려 74.3%(101만3천600여개)의 가입금액이 1만원 이하로 확인됐다. 4개 중 3개가 ‘깡통계좌’인 셈이다.

정부는 3월 중순부터 하나의 통장으로 예금·주식·펀드와 파생상품 투자가 가능한 ISA 판매를 허용했다. 금융위원회는 ISA를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여 실적경쟁을 유도했다. 유치전에 나선 은행들은 직원들에게 계좌수를 할당했다.

상당수 은행이 ISA 판매실적을 성과급과 승진을 결정하는 핵심성과지표(KPI)에 포함시켰다. KPI는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공공금융기관에 제시한 성과측정지표다. 성과연봉제가 시행될 경우 ISA 판매실적이 개인별 성과평가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완전판매와 노동강도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노조는 "ISA 사례는 정부의 나쁜 정책과 성과연봉제가 결합하면 금융산업이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보여 준다"며 "산하 지부를 통해 경영진의 강제할당·불완전판매 조장 증거를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

허정용 ISA대책팀장은 “은행 경영진이 ISA 강제할당 과정에서 금융실명법(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불완전판매를 조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장 사례와 증거가 쌓이면 금융감독원에 사건을 신고하고 문제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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