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사실은 지금도 두렵습니다. 우리도 죽을 수 있으니까요. 스크린도어 업무는 직영이든 외주든 모두 안전하지 않습니다. 탁상행정만 하지 말고 현장노동자 목소리를 들으십시오.”(서울도시철도공사 노동자 A씨)

“스크린도어에 비상문을 설치하면 굳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광고판을 설치해야 해서 안 된답니다. 안전이 먼저지 광고가 먼저입니까.”(서울지하철공사 노동자 B씨)

민주노총 서울본부·공공교통네트워크(준)·전국철도지하철노조협의회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서울시 지하철 스크린도어 진단 긴급토론회-반복되는 스크린도어 사고 원인과 대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 객석에서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지금도 두렵다. 우리도 죽을까 봐”

서울지하철공사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C씨는 "자회사는 소속 자체가 정규직과 다른데 어떻게 협업이 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경정비 분야 직접고용에 합의까지 해 놓고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다.

서울지하철공사 노동자 D씨는 “스크린도어 정비 때문에 열차가 조금만 늦어져도 민원이 들어오고 장애접수 뒤 1시간 안에 못 고치면 페널티를 받는다”며 “근본적으로는 직장문화를 안전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노동자 사망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스크린도어 부실시공이고, 그 배경에 운영사업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오선근 공공교통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발제에서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사업은 2004년 12월 민자사업으로 시작됐다”며 “민간시행사(건설업자)가 자금을 조달해 건설한 뒤 일정 기간 운영한 다음 발주처에 기부하는 방식인데,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특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메트로 121개 역사 중 24곳은 민자사업, 97곳은 예산사업으로 스크린도어가 설치됐다. 스크린도어 부실시공 논란은 계속됐다. 최저가 낙찰제·공사기간 단축·비리 의혹도 제기됐다.

오선근 운영위원장은 "수시로 벌어지는 고장사고를 막으려면 스크린도어를 전면 교체하고 인력확충과 정규직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크린도어 장애신고 연간 1만7천337건

부실시공 탓인지 스크린도어는 잦은 고장을 일으켰다. 오 운영위원장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장애접수 건수는 2012년 1만5천56건(하루 평균 41.25건), 2013년 1만5천16건(41.14건), 2014년 1만7천337건(63.98건)을 기록했다. 이 중 고장(정비) 건수가 2012년 2천495건(6.84건), 2013년 2천409건(6.60건), 2014년 2천852건(7.81건)을 차지했다. 오 운영위원장은 “스크린도어 설비 불안전성으로 수많은 장애와 고장이 났고 이는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시설물과 부품 표준화도 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실 스크린도어에 대한 전면적인 시설개선을 주문했다. 그는 “전면적인 시설 개선공사를 하고 센서처럼 내구연한이 경과한 주요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며 "노사민정 안전거버넌스를 구축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에 정규직을 고용하고 인력충원(고용승계)을 해야 한다”며 “이를 직영으로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신호 분야 인력부족 인원(110명)을 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원목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현재 박원순 서울시장 주재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답했다.

한편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이정훈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권오훈 서울도시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이 토론자로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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