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스크린도어 하청노동자 사망사고를 계기로 지하철 안전업무 외주화에 대한 비판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서울메트로 전동차 경정비업무 분야 하청노동자들이 메트로를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6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비정규지부에 따르면 지부는 최근 원청인 메트로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법률검토를 마쳤다. 지부는 “작업 배치·변경 결정이나 업무 지시·감독에 있어 원청인 메트로가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승산이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김군’들, 메트로 직원 지위 인정받을까

지부는 메트로 전동차 경정비업무를 도급받아 운영 중인 용역업체 프로종합관리가 자체 채용한 노동자로 구성돼 있다. 지부 조합원들의 고용조건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19)군과 거의 같다. 메트로 출신 전적자가 아닌 용역업체 채용직이다 보니 임금수준이 낮고,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메트로는 2008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창의혁신 프로그램’에 따라 대대적인 인력감축에 돌입했다. 유사기능 통폐합과 차량·설비 점검주기 조정, 아웃소싱과 민간위탁이 잇따랐다. 2008년 전동차 경정비업무와 모터카·철도장비·구내운전 업무가 외주화됐고, 2011년 스크린도어 유지업무가 외주로 전환됐다.

감원을 목적으로 메트로 정규직이 하던 업무가 용역업체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메트로측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장기근속자들에게 ‘당근’을 제시했다. 회사를 관두고 용역업체로 전적하더라도 메트로 임금의 60~80% 수준을 보존해 주고, 메트로와 동일한 정년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오로지 정규직 인원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진 오세훈 전 시장의 방침에 따라 해당 노동자들은 원청에서 하청으로 소속이 바뀌었다.

이때 메트로 관리자급 퇴직자들은 출자를 통해 외주업체를 설립한 뒤 전적자들을 채용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용역업체에는 △메트로 전적자와 전적자 중 정년이 지나 촉탁직으로 재고용된 자 △용역업체 자체 채용자 등 두 부류의 직원이 섞여 근무하게 됐다. 하는 일은 같은데 임금·노동조건 격차는 매우 크다.

메트로 전적자 특별대우, 불법파견 소송 쟁점 될 듯

불법파견 소송이 예상되는 경정비업무의 경우 전체 인원 140명 중 78명이 메트로 출신이다. 이 점이 불법파견 소송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메트로가 용역업체 채용직의 채용 과정과 임금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메트로 출신 전적자들의 임금수준을 결정하고 이들에게 별도 정년을 보장한 점이 ‘원청의 인사개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메트로가 용역업체의 업무내용과 업무수행 장소, 업무에 필요한 인원과 근무형태, 작업일정과 작업량을 결정한 점 △메트로 직원과 용역업체 직원이 같은 현장에 섞여 근무하고 양자 간 업무협력이 불가피한 점 △메트로가 업무수행에 필요한 장비와 각종 기계장치를 제공하거나 무상 대여한 점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2014년 고용노동부의 ‘근로자파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지침’을 토대로 메트로 전동차 경정비업무의 불법파견 여부를 점검한 결과 총 31개 항목으로 구성된 판단지표 중 14개항(45.2%)에서 '매우 그렇다', 4개항(12.9%)에서 '그렇다에 가깝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경정비업무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소송에서 이길 경우 스크린도어 유지업무 등 오세훈 전 시장 시절에 외주화된 5개 업무 분야로 소송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메트로는 물론이고 서울시 역시 ‘나쁜 사용자’라는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특히 ‘노동존중특별시’를 강조해 온 박원순 시장으로서는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지부 관계자는 “서울시나 메트로는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대책으로 자회사 설립방안을 언급하고 있는데, 용역업체나 자회사는 본질적으로 안전에 취약하다”며 “직접고용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곧바로 불법파견 소송에 돌입해 부당하게 빼앗긴 권리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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