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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 바란다

20대 국회가 개원했다. 풀어야 할 숙제는 쌓여 있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정부는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고 온힘을 쏟고 있다. 노동자들은 아우성이다. 불법에 울고, 안전망도 없이 직장에서 내쫓긴다. 기업끼리, 노동자끼리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눈은 국회에 쏠려 있다. 20대 국회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



간접고용 문제 해결할 제도개선 필요

▲ 라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20대 국회는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화에 힘써야 한다. 간접고용 노동자가 노조를 만들고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더욱 어려운 것은 사실상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 짓는 권한과 책임을 가진 원청이 뒤에 숨어 버린다는 것이다. 협력업체 사장은 “권한이 없다. 지급여력이 없다”고 말하며 교섭을 해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목숨을 던지거나 고공농성을 벌이는 등 극단적 형태로 싸울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에게 직접교섭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미국에서도 원청의 교섭책임을 인정한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의 판정이 있었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단체행동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파업시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은 위법이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책임을 다해야 할 원청이, 책임에서는 멀어진 채 대체인력을 투입해 쟁의권을 무력화하는 것이 한국 사회 현실이다. 이에 대한 명시적 법률이나 판례가 없는 만큼, 대체인력 투입 금지 범위에 원청 인력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상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수십년간 일을 해도 업체가 변경되면 근속과 단체협약을 인정받지 못한다. 원청이 노조파괴를 위해 업체 폐업을 하는 일도 다반사다. 원청에게 사용자 책임을 묻고,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고용·근속·단협 승계를 제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노동현장 무법천지 바로잡아야

▲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박근혜 정부에서 노사관계는 질식 상태에 있다. 정부의 불법적 노사관계 개입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강제하는 과정에서 사측이 근로기준법 상 노동조합의 동의 절차를 무력화시키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거의 모든 금융공기업 현장에서 사측이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강요하는 과정에서 협박과 폭언 등 인권유린이 자행됐다. 이러한 사측의 불법과 강압, 인권유린 행위는 더불어민주당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중에도 거리낌 없이 이뤄졌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일들을 청와대가 지휘하고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고용노동부가 채찍질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국회 차원의 감사원 감사청구는 물론 국회 특별위원회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

법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존재한다. 법질서가 무너질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의 몫이 된다. 지금 우리나라 노동현장은 무법천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은 정부와 사측의 폭력으로부터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20대 국회가 노동현장의 법질서를 바로 잡아 주길 바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이 지켜지도록 노동현장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함께 사용자에 대한 처벌도 훨씬 강화돼야 한다. 또한 자원외교 비리,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 대규모 부실사태는 정권의 낙하산 인사들이 초래한 참극이었다. 20대 국회가 철저히 그들의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 아울러 관치금융 및 낙하산 인사 근절법을 조속히 만들기를 바란다.



의료공급체계 혁신하고 산별교섭 제도화하자

▲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지난해 6월은 많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맹위를 떨치던 시기였다. 메르스 사태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제2·제3의 메르스 사태가 올 수 있다. 땜질식 문제 해결이 아니라 의료공급체계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 시설과 장비에 대한 투자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우선 돼야 한다. 의료민영화나 해고연봉제 도입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둔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는 비정규직을 써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 없는 안전한 일자리, 충분한 인력확보로 환자가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국회에 의료공급체계 혁신포럼을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의료제도 혁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비롯해 사회연대 교섭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산별교섭이 반드시 필요하다. 산별교섭이 제도화돼야 하고 권장돼야 한다. 따라서 20대 국회에서는 산별교섭 제도화를 위한 법률이 제정돼야 한다. 돈보다 생명 가치를 우선하는 20대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사회·경제위기 주범 재벌개혁 앞장서 달라

▲ 송보석 금속노조 사무차장

금속노조는 재벌개혁과 (가칭)제조발전특별법 제정을 올해 핵심사업으로 선정했다. 특별법은 구조조정 예방법 성격을 가진다.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구조조정에서 피해를 입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과 실업대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것이 특별법의 주요 내용이다.

경제위기와 구조조정 문제의 핵심인 재벌개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최근 새누리당 출신 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사회·경제가 왜곡된 가장 큰 이유로 재벌을 들었다. 이스라엘처럼 재벌규제법이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하청 불공정 거래를 해소하고, 사내유보금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데 국회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재벌에게 돈을 몰아주는 구조를 타파하고 기업 이익이 비정규직·영세중소기업에 돌아가도록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초과이익공유제를 통해 기업 이익을 나누고, 원·하청 동반성장을 위해 납품단가를 물가와 연동해 결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책임도 국회에 있다. 유성기업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재벌이 억압적인 방식으로 계열사 노조를 통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재벌개혁 과제를 해결하는데 20대 국회가 주저하지 않고 행동하길 기대한다.



노동부·기재부 권한남용 처벌해야

▲ 박해철 공기업정책연대 의장

국민의 안전과 생명·복지, 그리고 누려야 할 당연한 필수공공재를 담보로 효율성과 수익성만을 강조하는 ‘노예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대국민 사기극이다. 정부는 노예연봉제·강제퇴출제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보여 주기 식 전시행정으로 각 공공기관별 역할과 특성, 그리고 노조법과 근로기준법·단체협약을 무시하고 기한을 정해 강제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불법·부당·인권유린이 발생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노예연봉제와 강제퇴출제를 강압하려고 노동부 장관이 나서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아니다'며 사법부 권한까지 침해하고 있다. 명백히 근기법을 위반했는데도 이를 합법화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기재부 장관 또한 ‘불법전도사’를 자처하며 공공기관장들에게 불법 이사회를 강요하며 대한민국을 불법공화국으로 만들었다. 노동부와 기재부의 권한 남용을 철저히 조사해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은 국회차원의 심도 있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 논의기구에서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올바른 개혁을 위해서는 공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부는 총선과 대선뿐 아니라 청년실업률 증가, 경기침체 등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공공기관 개혁 얘기를 꺼낸다. 그러면서도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 책임경영을 훼손하고 있다. 경영평가제도는 공공기관 줄 세우기 수단으로 전락됐다. 하루빨리 20대 국회에 사회적 대화기구가 설치돼 공공기관의 올바른 개혁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들이 진지하게 논의되길 바란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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