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홀로 고장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19살 청년 김아무개군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지난 1일 새누리당 노동위원회 위원장 이완영 의원이 본인 명의로 성명을 냈다. 제목은 ‘잇단 지하철 사고 계기로 노동개혁법 조속히 통과시켜야’다.

“구의역 사고 직후 박원순 시장은 용역업체 대신 자회사를 세워 안전문 유지·보수를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중략) 자회사 설립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서울메트로의 정규직 근로자들로 맡겨야 하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지난해 서울특별시 노사정 서울모델협의회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차량 분야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외주용역업체 선정 과정에 최저가낙찰제가 적용되면서 질 낮은 기계설비가 도입되고, 안전업무에 숙련도가 떨어지는 비정규직이 활용되는 것이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점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지하철 안전 확보를 위한 근본대책으로 본 이 의원의 분석은 합리적이다. 그런데 갑자기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이어진다.

“이완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는 선박·철도·산업안전보건 등 생명 안전업무에는 파견근로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 법이 조속히 통과되어야만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을 사용하지 않고 정규직을 사용하도록 해 근로자의 안전이 담보될 것이다.”

지독한 비문에다 자신이 발의한 법안 이름조차 틀리게 적어 성명을 낸 것까지는, 그래 눈감아 줄 수 있다. 국회의원이라고 모두 국어를 잘하란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내용이 엉망인 것은 어쩔 셈인가.

숨진 김군은 용역업체의 정규직이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를 비정규직이라고 부르는 것은 지근거리에 죽음이 어른거릴 만큼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조건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우리는 파견업체 정규직도 비정규직이라고 부른다.

이 의원의 성명이 악의적인 것은 안전업무에 파견직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법안 내용과 김군의 죽음 사이에 어떤 함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이 의원의 성명에선 국민에 대한 모독이 읽힌다. 본인이 발의한 법안이 안전업무에 파견직을 투입하지 않는 훌륭한 법안이라고 주장하면, 파견법이 비정규직을 늘리는 법안이라는 본질이 가려지나. 국민이 바보로 보이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 국회의원이 ‘숟가락을 얹는’ 행위도 정치다. 눈 가리고 아웅은 통하지 않는다. 숟가락을 얹으려면 좀 제대로 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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