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이면 우리나라가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한 지 25년이 된다. 그럼에도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는다.

1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고용노동부의 ‘ILO 미비준 핵심협약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노동부는 ILO의 8개 핵심협약 중 비준을 하지 않고 있는 4개 협약에 대해 "비준이 어렵다"는 입장을 ILO측에 전달했다.

한국 정부가 비준하지 않고 있는 핵심협약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제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제98호) △강제노동협약(제29호) △강제노동 철폐협약(제105호)이다.

ILO는 1998년 6월 총회에서 ‘노동에 있어서 기본적인 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을 채택했다.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장 등의 내용이 들어간 8개 협약을 모든 회원국이 존중하고 실현해야 할 기본협약으로 정했다. 모든 회원국은 비준하지 않은 핵심협약의 비준 전망과 비준하기 어려운 이유 등을 연례보고서로 제출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제87호와 제98호 협약에 대해 “공무원 단결권과 관련한 국내 법조항이 ILO 협약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 당분간 비준이 어렵다”고 밝혔다. 제29와 제105호 협약과 관련해서는 “의무 군복무제도와 남북 간 대치상황으로 인해 비준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ILO 가입 25주년을 앞두고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협약비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윤효원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는 “ILO 협약 비준 정도를 보면 한국의 노동기본권 보장수준을 알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한국 노사정이 매년 ILO 총회에 참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법학)는 “한국 정부는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의지가 없다”며 “정부에 맡길 게 아니라 국회가 나서 협약 비준을 위한 국내법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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