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윤덕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최근 민변에서 '2016년 한국 사회의 개혁과 입법과제' 노동 관련 분야 원고를 작성하고 취합하고 정리하느라 꽤 시간을 보냈다. 물론 혼자 하는 작업은 아니고 노동위원회 소속 여러 번호사가 분담해서 하는 일이다. 사실 대부분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다. 몇 가지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지만, 대부분 처음 책을 펴낸 2008년이나 그 이전부터 제안됐던 것들이다.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노동 분야 개혁입법과제들이 입법발의 후 임기만료로 인해 폐기되는 수순을 밟아 왔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국회로 어느 때보다 개혁입법과제의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다. 각 정당의 총선 공약과 양대 노총의 정책질의에 대한 답변 내용을 비교한 결과 입법과제로 제시된 내용 중 상당 부분에 야 3당이 동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시급하고 나름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들을 꼽아 봤다.

첫째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간접고용을 제한하고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처우 금지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19대 국회에서 심상정·은수미 의원 등이 법안으로 발의했던 내용이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법제화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20대 총선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의 경우 신중한 입장이기는 하지만, 총선 공약으로 임금차별 금지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준수를 위한 공정임금법 제정을 제안한 바 있다. 비정규직 확산과 차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므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근기법에 명시하는 것부터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노조설립 자유주의, 단결권 보장을 위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불필요한 제한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 것,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제도, 노동조합 규약이나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명령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조합원들이 고통을 겪고 사회적인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전교조가 합법노조 지위를 상실하게 된 것은 해직교원 9명이 가입돼 있다는 이유였다.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제2조만 개정해도 이러한 불합리를 해결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막을 수 있는 만큼 20대 국회 노동 분야 개혁입법의 첫 번째 성과가 되기를 기대한다.

셋째 경영상 해고규정을 정비해 해고요건을 강화하고 우선재고용 의무 등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미 쌍용자동차·한진중공업 사태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정규노동시장에서 한 번 이탈하면 다시는 정규직으로 복귀하기 어려운 현실은 부실한 사회안전망 같은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려 극단적인 사회갈등을 야기한다. 최근 들어 조선업·해운업과 관련해 대규모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는데, 현실을 보면 이미 모든 업종에서 상시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소한 근기법 요건만이라도 준수될 수 있도록, 그리하여 법원의 해석권한 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조항 정비가 필요하다.

넷째 저임금 노동 확산과 근로자 간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법에 최저임금액의 하한선으로 “전체근로자 임금평균의 50% 이상”이라는 기준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총선 공약으로 각각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혹은 “2019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최저임금 결정절차 개혁”을 제시했고, 국민의당은 한국노총 정책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근로자 평균소득의 50%” 의견을 내놓았다. 야 3당이 힘을 합친다면 이 부분 개정이 가능하다.

최근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노동 4법의 국회 처리가 무산된 데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는 뉴스가 있었다. 정부·여당은 여전히 노동 4법 처리에 총력을 다할 태세다. 다행히 여소야대 국회를 이뤘다. 이제 우왕좌왕하다가 시간만 보내면 안 된다. 10년 넘게 주장해 온 개혁입법과제를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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