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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특성화고 현장실습, 이건 교육이 아니다 ③] 현장실습과 교사의 역할김진철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노동인권연구팀 연구원

교육이라는 이름의 기만과 폭력, 간접고용 현장실습 실태보고.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2005년 발표한 보고서 제목이다. 청소년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10~12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렸다. 중소·영세 업체가 대부분인지라 작업환경은 열악했다. 산업재해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그 후 10년여가 지났다. 문제는 외려 악화됐다. 현장실습을 하던 학생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졌다.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해법을 찾는 이들의 기고를 다섯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김진철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노동인권연구팀 연구원

중학교에서만 20여년 동안 근무한 까닭에 특성화고등학교(아주 예전에는 실업계고등학교라고 불렀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이 용어를 사용하신다. 법에 의해 2007년 전문계고등학교로 바뀌었고 다시 2010년 현재의 특성화고등학교라는 명칭으로 변경됐다)의 현장실습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다. 이런 입장에서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러나 돌아보면, 교사들마저도 현장실습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다는 이 사실이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교사들이 특성화고에 관심을 두는 시기는 3학년 담임을 하면서 학생들의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쓸 때다. 문제는 두 가지 지점에서 발생하는데, 첫째는 교사들 자신이 특성화고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다. 대다수 교사들은 특성화고가 아닌 일반고나 특수목적고(과고·외고 등)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 교사가 됐다. 교사가 된 이후에도 특성화고 교육과정이나 현장실습,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 등에 대해 따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어 막연하게만 알고 있다. 둘째는 학생들도 특성화고에 대해 잘 알고서 진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종류의 고등학교로 진학할 것인가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어쩌면 인생에서 첫 번째로 맞이하게 되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중학교 학생들은 이 중요한 순간에, 적성과 소질이 아니라 대개 '성적'에 따라 혹은 '가정 형편'에 따라 진로를 결정한다. 교사들로부터 제대로 된 진로 정보, 특히 특성화고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교육통계에 따르면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학생은 30만명 정도다. 전체 고등학생이 178만명이니 특성화고 재학생은 전체의 17%, 6분의 1 정도다. 중학교 한 학급에 30여명이 있다고 치면 5명 정도가 된다. 물론 지역에 따라 특성화고 진학률이 8~10명이 되는 중학교도 있다. 비행기마저 멈춰 세우는 대학입시의 나라는 입시와 거리가 먼,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소위 '명문대' 입시경쟁과는 거리가 먼 특성화고 교육에 대해 관심을 끊은 듯하다. 그리고 이 소외의 와중에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가 놓여 있다.

현장실습이 현장 '실습'이 되기 위하여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실습(實習)을 “이미 배운 이론을 토대로 하여 실지로 해 보고 익히는 일”이라고 풀이한다. 교사들은 교대나 사범대 학생 시절에 교생 실습을 한다. 실습 장소는 초·중등학교다. 해당 초·중등 학교에는 실습을 담당하는 교사가 따로 지정돼 있다. 교생 실습을 했다고 해서 모든 예비교사(교대·사범대 학생)가 실제 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교생 실습은 교대, 혹은 사범대 교육 과정의 하나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현장 '실습'이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그것이 익히는 일, 즉 '교육'의 일환임을 명심해야 한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특성화고에서 교육을 위해 현장실습이 꼭 필요한 지부터 살펴볼 것이다. 특성에 따라, 달리 말하면 전공 분야에 따라 실습 장소와 기간을 엄밀하게 검토할 것이다. 실습을 할 수 있는 업체의 조건도 엄격히 따질 것이다. 학생 공부를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없으니, 특성화고 학생들이 배움을 얻는 데 부족함이 없는지, 시설이나 장비가 충분한지, 작업장이 안전한지, 지도하는 담당자의 능력은 충분한지, 실습을 함에 있어 노동인권이나 처우에 부족함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진행하는 업체에 대해 행정적·재정적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장실습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도 중요하다. 현장실습을 보낸 특성화고 교사들은 현장실습 과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면서 현장실습 중인 학생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줘야 한다.

그러나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교육'으로서 '익히는 일'이라는 의미의 '실습'과는 거리가 멀다. 실습 장소는 “학교에서 이미 배운 것”과 전혀 무관한 곳이 부지기수다. 의대 실습을 병원 아닌 곳에서 하고, 요리 실습을 음식 만드는 것과 무관한 곳에서 할 수 없는데도 특성화고 현장실습은 특성화돼 있지 않다. 현장실습 지도 담당자를 따로 두고 특성화고 '학생'을 지도하는 업체도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가 어렵다고 있는 사람도 구조조정하고, 정리해고를 하는 마당에 자기 직원도 아닌 '실습생'을 위해 돈을 지불하는 사업주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노동자들의 권리도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현장에서 나이 어리고 경험 없는 실습생이 노동인권을 보장받으며 '현장실습=교육'을 받을 수 있겠는가.

교사 역할, 아직은 중요하다

현장실습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한 교사들의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절망적이다. 왜 학교는 학생을 보호하지 못할까.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한두 명의, 대부분 1년 계약의, 정규 교사가 아닌 비정규직이 취업지원단이라는 이름으로 현장실습을 담당한다. 2014년 부산에서 실시한 현장실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3천600여명의 학생이 전국 1천700여개 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었다. 이는 학교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학교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현장실습이 교육적 의미를 갖지 못한다면 과감하게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재검토해야 한다. 당연히 현장실습 폐지도 검토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그럼에도 교사의 역할은 중요하다. 학생들이 힘들다고 하소연할 때,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첫 번째 사람은 반드시 교사가 돼야 한다. 학생들의 하소연을 사회에 큰 목소리로 알리는 것은 교사의 신성하고도 당연한 의무가 돼야 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학생들과 부대끼는 교사들이 이 역할을 하지 않으면 누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교사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어야 한다.

아울러 특성화고만이 아니라 일반고에서도, 그리고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특성화고 학생뿐만이 아니라 이 나라 학생 대부분은 이후 그 자신이 노동자의 삶을 살거나, 다른 사람을 노동자로 고용해 살아갈 것이다. 노동인권교육은 노동자로 살아갈 미래의 노동자들을 위한 교육이다. 또한 노동인권교육은 노동자를 고용해 살아갈 미래의 자본가, 자영업자들이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사회의 시민이 되도록 기르는 교육이다.

전교조의 전문산하기구인 참교육연구소에 노동인권연구팀이 꾸려져 활동한 지 이제 1년이 됐다. 비록 연구팀으로 시작했지만, 더 많은 전국의 교사들과 함께 노동인권교육 실천교사 모임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학교에서 묵묵히 노동인권교육을 실천하고 계시는, 혹은 새롭게 노동인권교육을 실천하려는 선생님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김진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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