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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단축, 철저한 법 집행이 관건정유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대구지사)
▲ 정유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대구지사)

지난해 11월 용기를 내서 이태리·융프라우·파리를 단체 패키지관광으로 다녀왔다. 보통 패키지관광을 하면 관광객을 중심으로 시간을 배분해 움직이는데 유럽은 버스와 기사 규정에 의해 몇 가지 제약이 있다.

유럽연합(EU) 28개국에서 운행하는 모든 버스는 국도 80킬로미터, 고속도로 100킬로미터 이상을 주행할 수 없게 규정돼 있다. 2시간 운전에 20분 휴게하고, 4시간 이상 구간에서는 두 번째 휴게소에서 30분을 휴식해야 하며, 기사는 5일 근무 후 반드시 하루는 쉬어야 한다. 버스 엔진을 1주일에 두 번 11시간 정지시켜야 하고 1일 9시간은 꺼 놓아야 한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 야간 고속버스를 탈 때 승객들이 잠을 자고 있으면 3시간이 넘는 시간을 휴게소에 들르지 않고 달리는 기사분들을 가끔 목격한 경험도 있고, 길이 막히면 휴게시간을 줄여서라도 정규노선을 소화해야 하는 버스운행 실태를 잘 알고 있다. 그런 터라 처음엔 유럽도 사람 사는 동네인데 법과 현실의 차이가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는 8일간 유럽에 체류하는 기간 동안 단 한 차례의 예외도 없이 지켜졌다. 비결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했다. 문화 때문일까, 아니면 국민성 때문일까 생각하기도 했다.

해답은 그도 저도 아닌 철저한 법 집행 때문이었다. EU 경찰관은 버스 핸들 옆에 있는 운행기록장치(태코미터)를 수시로 점검할 수 있다. 위법 사항이 적발되면 경찰관이 스티커를 끊어 누진 벌점을 매기고 엄청난 벌금을 부과한다. 그 자리에서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버스를 근처 주차장으로 이동시키고 납부할 때까지 버스 문을 잠가 버린다고 한다.

운전노동자의 건강은 시민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법과 규정을 예외 없이 철저히 적용시킨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안전과 건강을 지킬 법적 기준이 있기는 하다. 정규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당사자 간 합의시에는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으며, 4시간 노동에 30분의 휴게를 부여해야 한다. 다만 운수업 등 26개 특례사업에서는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할 경우에만 주 12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휴게시간 변경이 가능하지만 이 같은 법은 있으나 마나 한 상태다.

최근 3~4년 전부터 고용노동부는 초과노동시간에 대한 관리·감독을 실시해 위반사업장을 적발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벌금부과는 극히 예외적이었다. 그나마 정부 단속 때문에 기업들은 초과노동시간을 감소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지난해 9월 노사정 합의 이후 정부와 새누리당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되(잘못된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것에 불과)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는 법안을 내놓은 이후에는 그런 고민조차도 내려놓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다행스럽게 거대 여당이 해당 법안을 추진하던 19대 국회는 5월29일 막을 내린다. 20대 국회는 4·13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여소야대가 됐다. 20대 국회는 19대에 처리하지 못한 노동관계법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

여러 현안이 있지만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운수종사자 건강은 시민 안전과 직접 연관이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건강권과 안전을 중심으로 노동관계법을 개정하고 적용시키자. 또한 근로자대표와의 합의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규정을 없애고 유럽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운수업 등에 최소연속휴게시간을 부여하는 제도를 새롭게 적용하고 특례사업장을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강력한 제재조치를 적용해 법의 실효성을 높이자.

노동시간단축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유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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