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노사 합의로 진행한다"는 데 합의했음에도 공공기관의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노조와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이날 오전을 기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에 찬성하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아 오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지역본부장이 각 지점에 동의서 징구를 요구했고, 지점장들이 조합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부는 조합원에게서 수집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면담 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조합원은 지부에 “업무가 이미 시작된 오전 10시를 넘기면서까지 동의하지 않은 직원들을 지점장실에 앉혀 놓고 인사권·평가 운운해 결국 동의서를 다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기업은행은 외부 컨설팅기관을 거쳐 마련한 성과연봉제 확대방안을 최근 전체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올해 2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부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서명을 받은 결과 8천268명 중 89%가 도입에 반대했다. 23일부터는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기업은행은 이날 오후 돌연 이사회를 개최해 취업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부 관계자는 “내부승진 문화에 힘입어 자리에 앉은 기업은행 경영진이 후배들의 생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에 기생하고 있다”며 “노조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은 불법인 만큼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여야 3당 정책위의장은 20일 여·야·정 제1차 민생경제 현안점검회의를 열고 “성과연봉제는 노사합의로 진행한다”는 데 공감했다.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도 “불법과 탈법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안점검회의가 있던 날 철도시설공단이 성과연봉제 확대 이사회를 강행해 노조의 반발을 샀다. 공공운수노조는 성명을 내고 “정부의 약속이 허언이 아니라면 즉각 불법행위 금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불법 의결한 기관은 원상복구해야 한다”며 “여야 3당 역시 합의·약속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뒤집어진 상황과 관련해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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