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서울본부 조합원들이 독도에 올라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윤정 기자
▲ 독도탐방 조합원들이 “독도야 지켜 줄게”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독도경비대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연윤정 기자

“이렇게 좋은 날씨를 만나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죠. 모범조합원들이 와서 날씨도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김창수 한국노총 서울본부 사무처장)

지난 18일 아침 강원도 동해 묵호항에서 만난 동해바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물결이 넘실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울릉도로 가는 배가 정기적으로 출항한다.

한국노총 서울본부(의장 강신표)가 18~20일 사흘간 서울본부 소속 조합원 130여명을 대상으로 울릉도·독도 문화시찰을 했다. 올해 노동절에 한국노총 위원장·서울시장상·한국노총 서울본부 의장상·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상을 수상했거나 서울본부 대의원대회에서 포상을 받은 사람, 각 조직에서 추천받은 모범조합원들이 문화시찰에 참여했다.

경비는 전액 무료다. 서울본부가 서울시 지원을 받아 1년에 한 번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박재희 서울본부 간사는 “그동안 고생한 모범조합원들에게 잠시라도 휴식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태고의 신비 간직한 울릉도

▲ 경북경찰청 소속 독도경비대가 독도를 지키고 있다. 연윤정 기자

문화시찰에 함께한 조합원들은 전날 근무를 마친 뒤 18일 새벽 1시30분 서울 영등포에 있는 서울본부 사무실에 모였다. 밤새 버스를 타고 이른 아침 묵호항에 도착했다. 쾌속선 시스타1호가 일행을 기다렸다. 같은날 오전 8시30분 출항을 앞두고 기적소리가 울렸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조합원들의 표정은 들떠 있었다. 바다는 더없이 잠잠했다. 출항 2시간50분 만에 시스타1호는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했다. 울릉도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가파른 산등성이와 울창한 원시림이 눈앞에 펼쳐졌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했다.

울릉도는 경상북도 울릉군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9번째로 넓은 섬이다. 본섬을 포함해 4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독도를 비롯한 부속도서까지 포함한 면적은 72.9제곱킬로미터다. 육지와는 130킬로미터, 독도와는 9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인구는 올해 2월 말 기준 1만55명이다. 울릉도는 화산섬이다. 신생대 제4기(250만~5천년 전)에 화산활동으로 형성됐다. 현무암·조면암 같은 화산암이 많고, 주상절리·해식동굴이 눈에 띈다.

“모처럼의 힐링 좋네요”

이날 오후 일행은 이른바 A코스를 찾았다. 사동항에서 왼편 해안선을 따라 아름다운 풍광이 이어졌다. 거북바위·코끼리바위를 거쳐 나리분지에 도착했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은 가지각색 개성을 뽐냈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야인 나리분지는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곳이다. 화산폭발 뒤 물이 채워지면서 칼데라가 생성됐다. 그런데 주변에 있던 화산물질이 칼데라 바닥에 퇴적해 나리분리의 원형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나리분지 안에서 밭농사를 짓는다.

이곳은 원시림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89호)이다. 섬백리향(천연기념물 제52호)를 비롯해 300여종의 식물이 분포한다. 북면 성불사를 끝으로 이날 탐방이 끝났다.

조합원들은 잠을 못 자 피곤했지만 즐거운 표정을 잊지 않았다. 박행순 센트럴시티연합노조 사무국장은 “우리 노조에서는 3명이 추천받아 참여했다”며 “처음 방문한 울릉도에서 모처럼 휴식을 취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박태남 KT노조 강북지방본부 여성부장은 “20년 만에 울릉도를 다시 찾았는데 도로며 항구며 많은 것이 변했다”며 “그 당시 아름다웠던 울릉도 모습이 생각난다”고 회상했다.

▲ 도동항은 울릉도 관광의 중심지다. 이곳에서 묵호항으로 배가 출항한다. 연윤정 기자
▲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른편 울릉도 전경. 연윤정 기자
▲ 내수전 일출전망대에서 바라본 왼편 울릉도 전경. 오른쪽에 죽도가 보인다. 연윤정 기자

“와아~ 독도다!”

이튿날인 19일. 문화시찰 하이라이트인 독도를 찾는 날이다. 이날 오전에는 울릉도 B코스를 탐방했다. 봉래폭포와 내수전 일출전망대에 올랐다.

울릉도에서 가장 높은 성인봉(987미터) 중턱에서 솟은 물이 3단 폭포를 이룬 것이 봉래폭포다. 하루 유량이 3천톤에 달하는데, 울릉도 주민들의 수원이다. 용래폭포 가는 길에 자리한 풍혈이 탐방객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바위틈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이 에어컨에 비할 바 아니다.

내수전 일출전망대는 우리나라에서 독도 다음으로 일출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울릉도 푸른 바다를 어디에 빗댈 수 있을까. 인근 부속섬 죽도가 눈에 들어온다.

울릉도 사동항에서 독도로 출발했다. 가는 배 안에서 독도 안내영상을 봤다. 경북지방경찰청 소속 독도경비대원들이 제작한 '오빠는 독도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이었다.

“와아~ 독도다!” 창밖으로 독도가 시야에 들어오자 조합원들은 하나둘 창가에 매달렸다. 박천년 서울경기항운노조 사무국장은 “정말 꼭 독도에 오고 싶었다”며 “역사적 아픔 때문에라도 똑바로 보고 마음에 새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출항한 지 1시간40분 만에 독도에 다다랐다. 독도경비대원들이 일렬로 서서 거수경례를 했다. “20분 안에 돌아오라”는 안내방송을 뒤로하고 마음 급한 조합원들부터 동도선착장에 발을 내디뎠다.

“독도야, 우리가 지켜 줄게”

대한민국 영토 동쪽 끝에 자리 잡은 독도는 동도와 서도로 나뉘어 있다. 독도경비대가 머무는 곳은 동도다. 면적은 18만7천554제곱미터다. 460만년 전 화산활동으로 해저에서 솟았다고 한다. 독도(동도)는 2005년에 개방됐다. 이때부터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성수기에 울릉도를 찾는 하루 관광객이 주민의 절반에 달한다. 독도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336호)으로 지정돼 있다.

독도는 서기 512년 이사부의 우산국 정벌로 신라에 병합됐다. 1869년 안용복은 일본으로부터 "울릉도·독도는 조선 영토"라는 서계(공식문서)를 받았다. 1900년 고종은 칙령 41호를 통해 독도를 울릉군 부속도서로 편입했다. 울릉도에서 부르던 ‘돌섬’을 한자로 명기한 것이 독도다.

하지만 일본은 1905년 시마네현 고시 제40호를 통해 독도를 죽도(다케시마)라고 이름 붙인 뒤 시마네현에 강제로 편입했다. 독립기념관은 <독도의 역사이야기> 소책자를 통해 “주인 없는 땅이라고 주장하며 일본 영토로 편입한 독도는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 희생된 첫 번째 땅”이라고 밝혔다.

조합원들은 아프지만, 아름다운 독도를 마음에 담으려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지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본부는 이날 독도에 올라 “일본의 가증스러운 역사왜곡을 강력히 규탄한다. 일본은 위안부 할머님들께 엎드려 사죄하라. 독도는 대한민국 땅이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들었다.

“더 많은 조합원 참여시키겠다”

문화시찰 마지막날인 20일 오전 조합원들은 해안도로를 따라 해식동굴·주상절리를 비롯한 절경을 감상했다. 오후에는 울릉도 도동항에서 묵호항으로 출항했다. 대형선박인 시스타7호를 타고 4시간20분 만에 육지에 도착했다.

설인숙 서울재가관리사노조 위원장은 “몇 년 전 울릉도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날씨가 좋지 않아 독도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입도에 성공해 감개무량하다”고 전했다. 박재욱 전 SH공사통합노조 사무처장은 “독도에 첫발을 내디디던 순간 ‘여기가 우리 땅이구나’라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 “다음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문화시찰 참가자들은 울릉도·독도 방문 프로그램에도 후한 평가를 내렸다. 김정훈 금융노조 기업데이터지부 수석부위원장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꼭 방문해야 하는 곳이 독도”라며 “우리 국토를 알아 가는 가운데 같은 뜻을 가진 조합원들을 만날 수 있어 뜻 깊었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힐링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주문도 나왔다. 고경용 서울메트로노조 1호선지부장은 “평소 사업장에서 힘든 일이 많았는데 이곳에서 만난 조합원들과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며 “다른 조합원들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종화 환경공단노조 서울지부장은 “처음 만나는 조합원들과 교류할 수 있어 좋았다”며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서 조합원들이 고루 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창수 서울본부 사무처장은 “앞으로 더 많은 조합원들이 울릉도·독도 탐방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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