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고 한광호씨의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조파괴와 조합원 한광호씨 죽음에 대한 사과·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며 시작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 노숙농성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지회는 한씨가 목숨을 끊은 지 100일이 되는 다음달 24일까지 선전전과 집회를 집중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노조파괴 범죄자 유성기업·현대차자본 처벌, 한광호 열사 투쟁 승리,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오후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성기업의 살인적 노조파괴를 중단시키기 위해 사회 각층과 연대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유성기업범시민대책위는 원청인 현대차가 한씨 죽음과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창조컨설팅이 시나리오를 만들고 유성기업이 실행한 노조파괴 사태의 배후에 현대차가 있다는 것이다. 유성기업지회는 이와 관련해 현대차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증거를 공개하기도 했다.

지회는 이달 17일부터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정몽구 회장 면담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고 한광호씨 분향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연행자가 발생하고 경비직원·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도 계속되고 있다. 18일에는 지회 조합원 27명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21일 유성기업범대위가 개최한 범국민대회에서는 고인의 형인 국석호 영동지회 쟁의부장을 비롯한 16명이 연행됐다.

유성기업범대위에 소속된 시민·사회단체는 이달 말까지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회 농성을 지원한다. 정당·종교계는 매일 밤 정당연설회와 기도회를 열며 농성장을 지킨다. 다음달 말까지 매주 금요일에는 1박2일간 집회를 공동으로 개최한다. 이들은 한씨가 목숨을 끊은 지 100일째가 되는 6월24일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유성기업범대위는 기자회견에서 "유성기업 사태는 재벌의 사회적 책임 불이행과 복수노조를 통한 민주노조 파괴, 공권력의 사용자 봐주기와 일터 괴롭힘 등 사회·경제적 문제의 축소판"이라며 "한광호 열사의 죽음을 포함해 유성기업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 내려면 현대차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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