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 판치고 있다. 노조위원장을 겁박해 동의서를 얻어 내는가 하면 직원들을 줄 세워 놓고 개별동의서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공공기관들이 이를 근거로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하고 있다. 무효라는 주장이 잇따랐다. 노조들은 소송을 통해 불법성을 증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 과반수노조나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나 '노조 동의권 남용'이라는 개념까지 들고 나와 반드시 무효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임금계약 변경, 당사자와 합의는 상식

▲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임금에 관한 사항은 근로조건, 즉 근로계약의 내용이다. 사용자가 노동자에 적용될 임금제도를 변경하고자 한다면 근로계약 당사자인 노동자측과 합의해야 한다. 노동법 질서까지 말하지 않아도 이 세상의 민사법 질서로도 계약 내용을 변경할 때는 계약 당사자가 합의로 정하는 건 당연하다. 사용자가 종전의 임금제도를 변경하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면 노동자측과 합의해야 한다. 사용자에게 사업장 근로조건 기준을 취업규칙으로 정할 권한을 부여한 근로기준법이라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과반수노조나 그 노조가 없으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 지금 이 나라에서 도입하려는 성과연봉제는 종전 임금제도에 따른 급여에 더해 성과에 따른 급여를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성과에 따른 급여 부분의 비중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도입 첫해에는 덤으로 추가분을 지급할 수 있겠다고 유혹할 수 있겠지만 결국 저성과자에게 종전 제도보다 불리한 임금제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노조 동의를 얻지 못하니 근로자들을 상대로 동의서를 받고 이사회 결의 등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동의서를 받아 내도 과반수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은 적법할 수가 없다.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해도 마찬가지다.

임금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 대상이다. 노조가 성과연봉제에 관한 사항을 교섭요구하면 사용자는 그 교섭에 응해야 하고, 이를 거부하거나 해태하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임금제도에 관해서 단체협약으로 정하고 있는 사업장이라면, 성과연봉제는 이러한 임금제도를 변경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과의 합의 없이는 도입할 수 없다. 이상과 같이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동자·노조와의 합의로 적법하다. 지금 이 나라에서 성과연봉제에 관해서는 노동자·노조와의 합의가 없다. 권력과 사용자 자본의 의지만 있고, 그걸 기필코 관철하겠다는 미친 바람만 불고 있다.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 법원서 ‘백전백패’할 것

▲ 김민표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공공기관이나 금융권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 운운하며 이사회 결의로 취업규칙 변경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퇴직금 누진제 판례가 대표적이다. 대구지법(2004가단5538 판결)은 직원들에게 불리하게 급여규정을 개정하면서 이사회의 결의를 거쳤을 뿐 직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무효라고 판결했다. 성과연봉제도 같다. 이사회 결의로 처리한다면 법원에 가면 다 패소할 것이다. 노조위원장에게 합의를 종용하며 감금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노조위원장 업무를 방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협박·공갈죄로 형사책임도 발생할 수 있다. 이사회 결의로 통과시키는 것은 노조 동의권 침해에도 해당한다. 노조의 단체교섭 기회도 박탈하는 셈이니 헌법상 단체교섭권 침해다. 직원들을 불러 개별동의를 강요하는데, 이는 행복추구권 침해다.

무엇보다 명백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다. 지난해 대법원은 롯데호텔 보직변경발령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성과상여금을 도입하면서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은 취업규칙 변경절차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하기에는 취업규칙 개정의 정도가 긴박하지 않았고, 전체 직원이 동의 주체인데도 일부 사원에게만 동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범위는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승소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노동법 따르지 않은 성과연봉제 도입은 무효

▲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

성과연봉제는 호봉제에 비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임금체계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따라야 한다. 우리 법원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 관련해 집단적 동의를 강조한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개별적으로 불러서 동의서를 요구하는 것은 집단적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로 볼 수 없다. 사용자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대상이 되는 노동자들이 집단적 회의를 통해서 찬반 의견을 정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통했을 때만 취업규칙 변경을 유효하다고 본다.

정부의 일방적 성과연봉제 도입은 이 같은 법원 판례 이전에 상식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노동을 제공하고 받는 임금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이나 공기업들은 이 같은 노동법과 상식을 완전히 무시하고 현장에서 불법을 스스로 자행하고 있다.

이사회는 사용자들의 의사결정기구일 뿐이다.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한다고 해서 바로 그 효과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다시 강조하건대 임금 등 불이익변경은 노동법에 근거한 집단적 의사결정을 필요로 한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 노동법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성과연봉제 도입은 무효다.



대통령의 불법종용, 회사의 강압고백

▲ 강문대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

금융공기업을 중심으로 과반수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날치기 이사회를 통한 불법적 성과연봉제 도입이 횡행하고 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은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반드시 과반수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측이 이 과정을 무시하고 이사회를 강행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경우라고 한다면 노조의 동의 없는 경영진의 자체적인 결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성과연봉제 확대가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의사결정인가.

성과급 자체가 사용자들을 위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주장이 단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다. 여러 장점이 있는 합리적인 임금체계라는 주장은 더욱 그렇다. 노동부 장관이 얘기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적으로 인정받을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근로기준법에 의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조건을 엄수해야 하는데, 여러 기업들이 이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 경영권에 해당하는 문제나 사용자 재량에 속한 사안도 기본적으로 노사합의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군다나 성과연봉제 확대와 같은 임금체계 변경은 사용자 재량에 속한 문제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사합의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나서 법을 무시하라고 한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한 발언이다. 일부 공기업이 개별 동의서를 받아보니 70%가 넘게 성과연봉제에 찬성했고, 그래서 이사회를 열어 의결했다고 한다.

그런데 무기명 비밀투표를 보장한 과반수노조의 투표결과는 압도적으로 정반대 결과가 나온다. 사측이 직원들을 상대로 강압행위를 했다고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노조의 반대, 동의권 남용이라 단정 못해

▲ 박지순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법원 판례를 보면 성과연봉제를 실시할 경우 근로자 중 누군가는 불이익을 받게 돼 있다. 따라서 과반수 노조나 근로자들에게 동의를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사회 의결만으로 관철한다면 그 법적 효력이 의심된다. 이사회는 의결 기구지만 근로자 동의 없이 불이익변경을 결정하는 곳은 아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취지와 필요성·명분이 있기 때문에 노조가 동의를 거부하거나 동의절차를 지연시킬 경우 동의권 남용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 상당히 심도 있는 법리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단언할 수 없다.

동의권 남용 여부를 따지기 전에 동의를 받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무조건 관철시키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에게 명분을 줘야 한다. 객관적인 평가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기관마다 성격이 다른 만큼 협상 여지를 둬야 한다. 현재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획일적이어서 노조 운신의 폭을 줄이고 있다. 노동계는 평가기준이 불공정하고 저성과자 퇴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지엽적인 쟁점이나 기술적인 방법론을 빌미로 제도 자체를 부인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호봉제를 유지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은 성과연봉제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볼 것이다. 객관적으로 평가된 정당한 보수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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