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선업종 위기는 구조적 요인과 함께 악화한 대외 경기상황이 결합돼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고용축소보다는 적정 숙련인력 유지를 목표로 정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물량팀처럼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개원 1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고용정보원은 학술대회에 앞서 사전에 조선업을 포함한 고용위기 업종의 현황과 정책방향 자료를 배포했다.

조선업, 산업·숙련 재구조화 필요

이상호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사전 배포한 ‘조선업 고용위기와 정책 방향’ 자료에서 “조선소가 몰려 있는 거제지역의 경우 현재까지는 고용지표 악화가 나타나지는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현재 산업 추세로 보면 올해 하반기, 7~8월부터는 고용보험 지표에서도 급격한 피보험자 감소가 확인될 것으로 전망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고용촉진특별구역으로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았던 경남 통영 사례를 설명하면서 “직접적으로는 약 50개 사업장에서 5천건 이상의 고용유지지원을 통해 고용위기 극복에 기여한 측면이 인정된다”며 “사후적 지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선제적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는 유효한 정책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통영 사례를 “중앙정부와 광역·기초자치단체, 지역 노사와 시민단체가 고용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한 최초의 선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위기에 대응하면서 지역수준의 노사민정 거버넌스가 원활하게 작동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업과 숙련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일시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고용인력 축소에만 매몰될 경우 대외 여건이 개선될 때 부족한 숙련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적정 산업·고용규모를 도출하고 설계·현장 근로자 숙련향상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며 “불황 국면에서 숙련기술을 향상시키면 향후 선박·해양플랜트 수요 증가 때 재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물량팀 지원책도 마련해야

그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물량팀 노동자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주문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조선업종에서 일하는 전체 인력 20만4천635명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18만7천652명이다. 가입률이 92%로 낮지는 않지만 구조조정 대상자들이 고용보험 미가입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별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진행될 인력조정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게 될 이들이 물량팀”이라며 “고용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이들을 지원할 별도 수단이 없기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시균 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주요 제조업 고용동향 및 전망’ 자료에서 “국내 제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용과 생산이 동조화하는 현상이 보인다”며 “최근 제조업 생산 증가가 둔화된 탓에 주요 제조업의 고용 둔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조선·철강·섬유업종은 물론 그동안 고용증가를 주도했던 기계와 자동차업종에서도 고용증가 둔화 혹은 감소가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이시균 연구위원은 “국내 주력 제조업은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가 좋아진다면 생산 증가와 함께 고용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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