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인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폐기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지만 여야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법사위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9건 의료법 개정안을 상정해 심의했다. 이 중 병원의 합병과 해산 절차를 추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는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2014년 12월 발의한 개정안은 의료법인의 정관상 해산사유가 발생하거나 파산 또는 합병하는 경우 해산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계와 보건의료계는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법인 거래가 가능해지고 의료서비스를 받는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의료영리화 법안이라며 법안 통과를 반대해 왔다.

여야 의원 간 의견도 엇갈렸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료법은 법인 해산시 병원 자산을 지방자치단체에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병원의 자산매각이 가능해져 병원을 상품처럼 사고팔 것”이라며 “병원의 합병이 허용되면 프랜차이즈 병원이 늘어나고 국민의 건강권 보장에 역행할 수 있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의료법인 매각이 불가능해 경영이 어려워도 파산할 때까지 계속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개정안은 주식회사 인수합병처럼 금전적으로 돈을 주고 병원을 사고팔 수 없어 의료영리화 법안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9개의 의료법 개정안 중 의료법인 합병을 허용하는 개정안에 대해서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의료법인을 합병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삭제하고 나머지 의료법 개정안은 가결한다”고 밝혔다.

의료법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림에 따라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9대 국회는 19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 계획인데, 의료법 개정안은 상정될 수 없게 됐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19대 국회 폐회를 얼마 안 남기고 여당이 의료민영화 법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는데 국민의 힘으로 막아 냈다”며 “의료영리화를 가져 올 법안이 폐기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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