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소속 단체 회원들이 16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법안 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의료법인 인수합병을 허용한 의료법 개정안이 19대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건의료노조와 시민·사회 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병원 인수합병 추진 야합 더불어민주당·새누리당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의료법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며 “여야는 의료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2일부터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달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같은 내용의 개정안은 2006년에 처음 발의된 뒤 노동·시민단체의 반발로 회기를 넘겨 폐기됐다가 다시 발의되기를 반복했다. 법안은 1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19대 국회 병원 인수합병 터 주나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2014년 12월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법인 합병과 해산 절차를 담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법인의 설립과 허가 취소에 관한 규정은 있지만 합병·해산 규정은 없다. 이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면서 “현행 의료법은 경영상태가 건전하지 못한 의료기관이 파산될 때까지 운영할 수밖에 없어 지역 내 의료제공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개정안은 의료법인의 정관상 해산사유가 발생하면 해산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법인이 파산하거나 합병하는 경우에도 해산할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사들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다른 의료법인과 합병할 수 있다. 합병시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 의료기관의 분포와 병상수를 고려해 합병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의료기관 폐쇄와 축소로 영향을 받게 되는 지역주민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을 뿐이다. 노동계와 보건의료계는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법인 거래가 가능해지고 병원 구조조정으로 인해 의료서비스를 받는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의료법 개정안 국회 통과 불가"

나영명 노조 정책실장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주사기 등의 위생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을 포함해 9개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법안이 패키지로 처리된 것 같다”며 “여야가 주고받기 식으로 법안에 합의했는지 모르겠지만 의료법인 인수합병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만큼 야당 의원들에게 법안의 독소조항을 알리고, 처리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민 법사위원장과 같은 당 전해철·서영교 의원을 만나 법안 상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17일 오전에는 국회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연다.

유지현 노조 위원장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에서 국민이 보여 준 민의를 저버리고 의료민영화 핵심법안을 보건복지위에서 처리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기관 인수합병으로 수익만 추구하는 병원들이 난립하고, 병원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할 수 있게 되는 만큼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정부는 부실병원 퇴출이라고 주장하지만 부실한 건 오히려 의료법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19대 국회는 국민을 위해 만들어야 할 법은 만들지 않더니 만들지 말아야 할 법을 통과시키려고 한다”며 “병원 인수합병 허용은 국민에게 재앙이 되는 만큼 법사위 상정 전에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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