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백묵 글씨로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1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4층. 고 김광석의 '타는 목마름으로'를 배경으로 김대업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이 조합원들 앞에 앉았다. 노조 깃발을 두른 몸에 굵은 머리카락이 떨어졌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공기업에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압박하고 사측이 이에 호응하자 노동계도 투쟁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금융공기업 노조위원장들은 연달아 삭발에 나섰다. 금융노조는 합동대의원대회를 준비 중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산업은행을 포함한 9개 금융공공기관 기관장을 금융위로 불러 갖은 불이익을 예고하며 성과연봉제 확대를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다음날 성과연봉제 확대 내용을 담은 동의서를 직원들에게 돌렸다. 지부 관계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간담회 당일 사측이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 확대 호소문을 보내더니 다음날부터 동의서를 수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성과연봉제 확대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뜻에서 삭발식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11일에는 김상형 자산관리공사지부 위원장이 머리를 깎았다. 홍영만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금융위 간담회가 있던 날 오후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소집해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안을 의결했다. 노동자들의 의견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부가 이달 3일 진행한 찬반투표에서 80.4%의 조합원이 제도 확대에 반대했다. 지부는 홍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김 위원장은 "사측이 개별동의서를 받으며 조합원들에게 가했던 인권유린과 불법적 이사회를 응징하겠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14일 오후 서울 화곡동 KBS스포츠월드에서 금융공기업지부 합동대의원대회를 연다. 2천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주요 간부와 금융공기업지부 대의원들이 함께하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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