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들이 이달 말께 내년 예산안을 수립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할 예정인 가운데 학교·정부기관·공공기관 소속 비정규 노동자들이 처우개선 예산을 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을 이행하고 실효성 있는 비정규직 대책을 위한 예산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약속했으나 공공기관 내 간접고용은 2010년보다 1만명 이상 증가했다"며 "무늬만 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뒤 차별적 처우가 되레 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 급여와 복리후생기준은 천차만별이다. 정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지켜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는 곳도 드물다. 급여수준은 정규직의 6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정부의 예산통제를 지목했다. 안명자 노조 교육공무직본부장은 "학교비정규직 인건비는 사업비에 포함되는데, 교육청과 교섭을 해도 정부가 예산을 틀어쥐고 있는 탓에 처우개선이 안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예산안에 비정규직 처우개선 예산을 포함해도 정부가 통과시키지 않거나, 관련 예산을 보장해 주지 않아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지 못한 채 기존 수당을 삭감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박명석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장은 "기획재정부가 용역계약 사업비 예산 산정기준을 시중노임단가가 아닌 전년 예산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동요구안으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임금격차 해소 △무기계약직 간 직종별·기관별 동일업무 임금격차 해소 △정규직과 동일한 복리후생수당 적용 △호봉제 도입 △시중노임단가 적용을 위한 예산 확보를 제시했다. 이달 30일부터는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법·제도 개정과 예산확보를 촉구하며 농성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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