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동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언론인. 진실을 포기하지 않았던 기자로 기억되고 싶어 하는 논설위원. 전국언론노조 지부장을 거친 공인노무사.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강진구 기자.

강진구는 사회학을 전공하고 1992년 경향신문사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사회부·정치부·경제부·국제부 등을 거쳤다. 2008년 기자협회 지회장을 역임했다. 20여년의 경력이 쌓인 2011년 기수별로 언론노조 지부장을 한 번씩 총대를 메는 관행에 따라 경향신문지부장으로 운동의 일선에 나서게 된다.

당시 방송사 파업으로 언론인들이 무차별적으로 징계해고되는 현장에서 함께하며 고민이 깊어졌다고 한다. 민주노총이 발간하는 <노동과 세계>에서 "전체 인구 절반 이상이 노동을 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 일간지에 건강·여행 섹션은 있어도 노동섹션은 없다. 이는 한국 언론의 노동 무관심을 반영한다"는 기사를 읽고 뒤늦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은 듯했다고 한다. 지면을 통해 비정규직·청년실업자·이주노동자 등 노동부문 하위계층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하고, 노무사로서 이를 개선하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지부장으로 일하면서 곧바로 노무사 시험에 도전했고, 1년6개월의 준비 끝에 합격했다. 지부장 임기를 마친 뒤 국내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노무사 겸 노동전문기자로 활동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실이 녹록지는 않지만 애초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강진구는 2013년 제21회 공인노무사 연수교육에서 ‘공정보도파업의 정당성에 대한 검토’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2년 파업현장에서의 연대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운동과 노동법의 융합’을 논문에 담아냈다. 연수교육 수료식에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13년 연재한 '500대 기업 고용과 노동' 시리즈로 큰 주목을 받으며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자료를 토대로 전문적 분석이 빛났던 기사들이었다. 같은해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추천받아 활동하면서 민주노총 노동위원회사업단장이었던 필자와의 인연도 깊어졌다.

2014년 '간접고용의 눈물' 기사로 또다시 한국기자상과 노근리평화상을 받았다. '헌법에만 있는 노동 3권'으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간접고용의 눈물' 시리즈의 경우 국내 최초로 노동법 전문가인 5명의 노무사와 함께 노동법 위반과 해고 위협, 변칙적인 근로계약에 시달리는 간접고용 현장을 7회에 걸쳐 보도해 간접고용 문제를 노동정책 핵심 이슈로 의제화하는 데 기여했다. 강진구는 2015년 '노동자 울리는 노동법 심판들' 기사로 민주언론시민연합 올해의 신문보도상과 민주언론상 보도부문 특별상을 받았다.

2016년에도 그의 수상릴레이는 이어졌다. 제306회(2016년 2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경향신문 강진구 논설위원 겸 기자(사진)의 ‘방석호 아리랑TV 사장 호화출장 및 입찰비리 추적보도’가 선정됐다.

노동전문기자로서 그동안 좋은 기사 많이 써 준 것에 감사하면서 연이어 수상복이 터진 것을 언급했다. 그는 “노동은 암흑기이고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저만 상 받고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겠네요”라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발로 뛰고 펜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것이 기자로서 영예와 보람임을 강조하는 강진구. 국가정보원 댓글 관련 기사로 두 달간 검찰조사를 받으면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은 언론인 강진구. 아리랑TV 사장 호화출장 및 입찰비리 기사로 인해 언론중재위원회에 25건이 피소되고도 14전 11승 3무를 기록했다고 씩 웃는 배짱언론인 강진구.

그는 민주노총 노동자위원으로서 월 1회 정도 중앙노동위 심판회의에서 “날 것 그대로의 노동현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한계와 분노를 축적하는 감정노동을 하고 있다.

오늘도 노동전문기자는 절박한 노동현실을 끊임없이 자각하며 노동기자로서 설정된 좌표를 가다듬고 있다. 다만 그는 이기는 싸움을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다. 정의는 언젠가 승리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항상 승리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아빠가 들려주는 노동이야기>라는 가제의 청소년 노동교양서를 집필 중이다.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언론인 강진구.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후회하지는 않느냐고 물었다. 니체를 좋아한다 그는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좋아. 한 번 더.”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hdlee200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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