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 개편 사례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와 경영계가 9일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강조하고 나섰다. 호봉제(연공급)를 완화하거나 탈피해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했더니 기업 성과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한국경총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사례 발표회에서 호봉제를 능력급제로 개편한 OCI와 역할급을 도입한 포스코건설, 직무급을 선택한 네오바이오텍을 모범사례로 소개했다.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은 “임금체계 개편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며 “연공 중심 임금체계를 하루빨리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사례별로 각기 다른 임금체계를 도입한 듯 발표했지만 세 기업은 모두 개인 성과평가에 따른 임금차등제도를 도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과급 확대를 중시하는 경영계의 내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동부도 이날 ‘최근 임금체계 개편 사례’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면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주장에 힘을 보탰다. 임서정 노사협력정책관은 “능력과 성과에 따른 차등 임금인상 방안이 새로운 임금체계로 산업현장에 확산하고 있다”며 “정부는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노사발전재단에서 컨설팅을 받아 임금체계를 바꾼 ㈜리팩과 ㈜코엔스 등 4개 업체를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이들 기업은 호봉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한 후 성과연봉·직무급·숙련급제를 도입했다.

노동부는 이달 중 임금체계 개편 가이드북을 발간·배포하고 한국노동연구원·경제단체와 협력해 관련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정부와 경영계가 임금체계 개편 고삐를 바짝 죄면서 노동계도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경영계가 임금체계 개편을 주도하면서 자칫 성과연봉제 확대로 귀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진보학계 일각에서는 직무·숙련급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직무·숙련급을 도입하려면 최소 동일업종 내에서 직무와 숙련 수준을 세분화해야 하는데, 임금체계조차 기업별로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노동계를 배제한 채 진행되는 임금체계 개편논의는 손쉽게 도입 가능한 성과급 확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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