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과연봉제 미도입 기관의 내년 인건비를 동결하기로 했다. 반면 성과연봉제를 조기에 도입한 기관은 월급의 10~30%를 추가 인센티브로 받을 전망이다.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시한을 한 차례 연장했는데도 실적이 저조하자 압박강도를 높이고 나섰다. 다음달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앞두고 미도입 기관들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 잇따라 무리수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노정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페널티로 압박하는 정부=기획재정부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성과연봉제 우수기관 인센티브 및 미이행기관 불이익 부여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공기업은 6월 말까지, 준정부기관은 12월 말까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인건비를 동결하기로 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인건비 동결은 사실상 임금삭감 효과를 낳는다.

이에 반해 성과연봉제를 조기에 도입해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10~20개 기관에는 혜택을 준다. 공기업의 경우 기본월봉의 15~30%, 준정부기관은 10~20% 범위에서 추가 인센티브를 준다.

정부가 총인건비 동결 카드까지 꺼내 든 이유는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120개 공공기관 중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결정한 기관은 53곳(44.2%)이다. 한국전력을 포함한 15개 공기업과 장학재단 등 38개 준정부기관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안건을 통과시킨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발전과 지역난방공사·고용정보원·부산항만공사·울산항만공사, 노조 사무국장이 위원장 직인을 가지고 가서 사측과 합의한 인천항만공사 등 위법 논란이 일고 있는 기관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허수가 많다는 얘기다.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가 더 많이 나왔는데도 노조위원장 단독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해 무효 논란이 일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나 무기명·투표 원칙을 어기고 전산투표를 강행한 한국감정원까지 감안하면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기관은 40여곳에 불과하다. 정부가 한 차례 도입시한을 연장하면서까지 밀어붙인 결과로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기재부는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 한 공공기관은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법률 검토를 받아오면 인정하는 쪽으로 내부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장은 "다음달 박근혜 대통령 주재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앞두고 정부 부처별로 기관장들을 소집해 어르고 달래고 있다"며 "대통령 한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정부가 모든 공공기관을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를 내고 "기재부의 허수아비 노릇이나 할 거면 공공기관운영위를 차라리 해체하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임금체계 개편은 이렇게 준비도 없이 밀여붙여서 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정부가 실질적 사용자로서 공공부문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계 "성과연봉제 반대한다"=정부가 성과연봉제 확대를 강행하고 있음에도 노동계 반발은 되레 거세지고 있다.

양대 노총 5개 공공부문 노조·연맹은 10일 공동대책위원회 복원을 공식화하고 정치권과 연대해 성과연봉제·퇴출제 방어벽을 세운다. 11일부터는 공대위 차원에서 국회 앞 천막농성에 돌입한다. 이달 중순까지 야3당 19대 국회의원들과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강압적 성과연봉제·퇴출제 반대, 성과연봉제 국회 특위 구성을 요구하는 연서를 받을 계획이다.

공기업정책연대의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앞 농성투쟁도 계속된다. 노동계는 지난달부터 이어진 공기업정책연대의 노숙농성으로 1차 도입시한까지 공기업노조들의 이탈을 최소화했다. 실제 규모가 큰 공기업 1군에서는 한전 외에는 합의한 곳이 없다.

박해철 공기업정책연대 의장(LH노조 위원장)은 "페널티에 흔들릴 것이었다면 이미 4월에 합의했을 것"이라며 "임금동결도 감수하고 싸우고 있기 때문에 (인센티브나 페널티 방침에) 흔들리지 않고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노조 산하 7개 금융공기업지부는 14일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에서 2천명 규모의 합동대의원대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저지를 결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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