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과 참여연대·감정노동네트 워크 주최로 3일 서울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이마트의 이중성 고발 기자회견에서 전수찬 이마트노조 위원장(가운데)이 회사의 사원 보호 프로그램(e-care)을 들어보이고 있다. 앞서 피해사례 증언을 마친 조합원(오른쪽)이 눈물을 닦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이마트 해운대점에서 캐셔 일을 하는 박아무개씨는 지난달 27일 고객에게 심한 모욕을 당했다. 증정품이 맞는지 물었다가 당한 일이다. 고객은 “손님이 증점품이라고 하면 증정품인 것이지 (믿지 않고) 확인을 하느냐. 눈알을 뽑아버리겠다”고 폭언을 쏟아부었다.

고객에게서 박씨를 보호하기 위해 나선 이는 이마트 직원이 아닌 다른 손님이었다. 박씨는 “죽고 싶을 정도로 심한 모멸감을 느꼈는데 젊은 남성 고객이 '왜 이마트 남성 직원들은 다른 직원이 저렇게 당하고 있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느냐'고 항의했다”며 “이마트 관리자에게 조금만 쉬겠다고 했더니 '반차 쓰고 집으로 들어가라'는 말만 했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박씨가 울분을 토했다. 3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은 민주노총 유통서비스전략조직사업단·감정노동네트워크·참여연대가 주최했다.

이마트 노동자들이 겪는 폭언·폭행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8월에는 이마트 가양점에서 직원이 50대 여성이 들고 있는 고구마와 과일이 계산됐는지 확인하려다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직원들을 고객의 성희롱과 폭언으로부터 보호하겠다며 이마트가 도입한 이케어(e-care)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케어 프로그램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겠다며 2014년 10월 도입됐다. 고객이 폭언을 할 경우 점포 관리자가 나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게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이다.

전수찬 이마트 노조 위원장은 “이케어 프로그램은 이마트가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선전용으로 만든 것일 뿐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어떤 보호도 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사용자와 손님은 무조건적인 친절을 강요하고 있다”며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