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노동조합 가입을 독려하는 의미의 빨간 우산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1만원 등의 구호를 적은 쇼핑카트를 끌고 행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은 제126주년 세계노동절을 기념해 전국 15개 광역시·도에서 2016년 세계노동절대회를 동시다발로 개최했다. 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2만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수도권대회를 비롯해 전국에서 5만여명이 함께했다. 농민·빈민·장애인·청년·통일·성소수자 부문 진보단체들도 대거 참석해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절을 기념했다.

민주노총 "6월 말~7월 초 총파업 투쟁"

민주노총은 이날 대회를 기점으로 6월 말 7월 초 총파업 투쟁 준비를 본격화한다. 여소야대로 끝난 4·13 총선 결과를 반영해 노동정책 전반에 대한 개혁 추진을 전면에 내걸었다.

주요 요구인 △노동개악안 폐기·노동부 장관 퇴진 △경제위기 재벌 책임 전면화 △최저임금 1만원 쟁취 △주 35시간 노동시간단축·일자리 만들기 △비정규직·공무원·교원 노동기본권 보장 등 5대 요구를 관철하는 데 조직역량을 집중한다.

이날 수도권대회 사회를 맡은 김욱동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하루 8시간 노동을 보장하라는 노동자들의 절규가 126년 후 한국에서 쉬운 해고를 철폐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라는 외침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오늘부터 머리띠를 다시 묶고 투쟁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일반해고 요건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을 완화하려는 정부에 불만을 쏟아 냈다. 대회 첫 구호로 "박근혜 퇴진"을 내걸었다.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대회사에서 "민주노총은 노동절대회를 맞아 노동자 명운을 건 투쟁을 선포한다"며 "재벌만 옹호하는 정부에 맞서고 구조조정과 저임금에 고통받는 노동자를 구하는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공개한 5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20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요구한다. 법정노동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고 (가칭)노동시간단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노동시간 상한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특수고용직을 포함한 비정규직과 교사·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도 전면에 내건다.

11월 농민·빈민과 더불어 민중총궐기 개최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에서 확인한 민중세력의 단결된 힘을 이어 나가자는 다짐도 이어졌다.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연대발언에서 "수입농산물이 늘어나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는데 정부는 농민이 생산을 많이 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책임을 농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농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세상을 바로잡는 싸움을 노동자와 농민이 같이 벌여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민중총궐기를 지난해보다 더 크게 만들어 반노동·반농민 세력에게 철퇴를 내리자"며 "진보운동이 모두 단결해 진보적 정권교체를 만들어 가자"고 요청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민주노총은 6월 공공운수노조·전교조·공무원노조·보건의료노조 등 공공부문 노조들의 성과연봉제 반대투쟁으로 투쟁의 포문을 연다. 11월께 모든 진보세력과 함께하는 민중총궐기대회를 개최할 때까지 대정부 투쟁을 이어 간다.

금속노조 지회장 출신 4·16가족협의회 임종호씨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싸우는 가족들을 응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무대에 오른 그의 뒤에는 4·16대학생연대 학생들이 "세월호 특조위 방해 중단하라", "성역 없는 조사와 수사를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섰다.

임종호씨는 "2년이 넘는 싸움으로 세월호 가족들은 육체적·정신적으로 병들어 가고 있고 정부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마저 가로막고 있다"며 "안전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세월호의 교훈이 잊히지 않도록 열심히 싸울 테니 민주노총도 힘이 돼 달라"고 호소했다.

정의당·노동당·민중연합당·녹색당 등 진보정당들도 대회장에 자리를 잡았다. 노회찬·이정미·추혜선·김종대 정의당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은 무대에 올라 민주노총과 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노회찬 당선자는 "박근혜 정부는 총선 민심을 수렴해 4대 노동개악법과 쉬운 해고·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완화 같은 양대 지침을 폐기해야 한다"며 "어버이연합에 뒷돈을 대는 전경련 말고 민주노총과 경제위기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재벌만 살리는 구조조정 막겠다"

연맹 위원장들은 조합원들 앞에서 올해 민주노총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가습기 살균제 같은 제품을 검사하는 공공기관을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그 결과 수백만명이 피해자가 돼 버렸다"며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성과연봉제를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은 "재벌 현대자동차그룹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계열사 민주노조를 탄압하는 과정에서 평범한 노동자였던 한광호 열사가 목숨을 잃었다"며 "열사 죽음의 책임을 재벌에게 물리고, 재벌만 살리는 구조조정을 막는 싸움에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노동절대회는 전 세계 노동자의 단결을 상징하는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노조가입 운동을 상징하는 빨간 우산 300개를 앞세운 뒤 대학로에서 청계천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민주노총 임원과 가맹·산하조직 대표자들은 대회가 끝난 뒤 서울광장에 마련된 유성기업 노동자 고 한광호씨 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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