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임금피크제를 확산하겠다며 '합리적인 사유가 있을 때는 노조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을 발표하자 공단지역 중소기업들이 앞다퉈 취업규칙에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내용을 넣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하거나 정기상여금 지급을 제한하는 식이다.

민주노총은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소영세 사업장이 밀집해 있는 7개 공단 노동자 1천29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임금실태 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서울 디지털단지 △의정부 용현공단 △안산 반월·시화공단 △대구 성서공단 △경남 웅상공단 △부산 녹산공단 △광주 하남공단에서 실시했다.

조사 결과 지난 한 해 노동조건 악화를 경험한 응답자는 23.7%에 이르렀다. 특히 서울 디지털단지 노동자들은 무려 40.7%가 노동조건 악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규칙 변경으로 인한 노동조건 악화 유형이 가장 많았다. 취업규칙을 바꿔 공휴일 연차휴가를 대체하거나 정기상여금 지급을 제한하고, 수당을 삭감한 사례가 11.2%였다.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성과에 따라 지급하게 된 경우가 7.8%, 각종 수당 삭감이 5.2%였다.

그런데 조사에 응한 노동자들 중 회사가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2.3%에 그쳤다. 사업주들이 취업규칙 지침을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활용한 게 아니라 노동조건을 악화하는 데 썼다는 얘기다.

정부는 올해 취업규칙 지침을 발표했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노동자 과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홍보해 왔다. 각 기업들도 정부의 분위기를 보고 취업규칙 변경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크다.

박준도 민주노총 공단전략조직사업단 정책위원은 “노동부 지침이 임금피크제 도입뿐 아니라 전반적인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정당화시켜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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