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과 노동, 희망으로 엮다>(매일노동뉴스·1만5천원) 표지.
▲ 박장준 기자

‘이런 노조가 있네?’ 2012년부터 희망연대노동조합을 취재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이런저런 노조를 만나 봤지만 월급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요구하고, 성과급보다 ‘적정노동’을 원하고, 사회공헌사업을 임금·단체협상의 최우선 요구안으로 제시하는 노조는 처음이었다. 한겨울 서울 한복판에서 노숙하고 일어나자마자 “동네에 ‘나눔’ 하러 간다”는 사람들이 있는 노조 말이다.

이 노조의 힘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물론 이 노조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대거 조직해 냈고, 투기자본의 밑바닥을 드러냈고, 거리에서 전광판까지 가장 극한의 장소에서 싸워 왔다. 그런데 이런 절절함과 절박함만으로는 이 노조의 힘을 설명할 수가 없다.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구호로는 이 노조를 절반 정도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영업비밀'을 읽다

책에는 희망연대노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정규직이 비정규직에게 ‘함께 살자’며 손을 내밀었는지, 이 노조의 싸움에 고객과 국회의원이 왜 함께하는지 그 ‘영업비밀’이 있다. 노조가 사모펀드와 반노조 기업을 어떻게 흔들었고,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어떻게 사용자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물었는지도 나와 있다. 그리고 노동자운동 혁신보고서에서만 볼 수 있을 법한 ‘지역사회운동 노동조합’을 이 노조가 어떻게 구현하는지 담겨 있다.

희망연대노조는 가장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노조 조합원 대다수는 매년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구조조정 압박을 견뎌야 한다. 싸움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노조는 노조라면, 노조답게 할 수 있는 싸움과 사업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노조의 울타리를 넓히는 것이다. 희망연대노조의 케이블·IPTV 기사들과 콜센터 노동자들은 지역에서 고객, 아니 옆집에 사는 노동자·청소년·이주민을 만난다. 과일도 같이 먹고, 학교도 함께 짓고, 교육도 한다. 이 활동만으로 250쪽짜리 책을 엮어 낼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이 소중한 이유

우리 사회는 노조를 ‘기득권’이나 ‘운동권’으로 몰아간다. 심지어 제1 야당 대표 입에서 “노조가 사회적 문제에 집착하면 근로자 권익보호가 소외될 수 있다”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온다. 우리 사회 노조운동은 외환위기 이후 계속 밀려났고, 이제는 사회적 합의 상대로조차 대접받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희망연대노조가 제시하는 노조운동에 주목해야 한다. 김하늬 전 공동위원장의 말대로 사업장 투쟁만으로는 ‘사업장에서의 권리’조차 제대로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답은 나와 있다. 노동이 다른 노동과 만나는 접점을 넓혀야만 노동자운동은 살아남을 수 있다. 희망연대노조는 ‘착한 노조’가 아니다. 스스로 ‘정치적’이라고 밝힌다. 희망연대노조가 서울 광화문과 명동 한복판, 전북 전주, 그리고 지역에서 해 온 싸움과 사업은 ‘노동자운동의 대안’이라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래서 희망연대노조와 이 노조의 힘을 소개한 이 책은 소중하다. 희망연대노조는 지난한 싸움에서 수억원의 벌금폭탄을 맞았다. 그러면서도 노조와 지역, 노동과 노동이 만나는 공간을 발명하면서 연대의 공간을 열어 왔다. 노동운동은 그만큼 이 노조에 빚을 졌다.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희망’하기 위해서는 ‘연대’해야 한다. 이래야 ‘노조’가 산다. 희망연대노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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