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부문 전체를 외주화하면서 대량해고가 야기되고 있는 한국산연의 고용불안 사태가 국제문제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는 자국 투자기업의 먹튀 행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산연은 올해 2월22일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지회장 양승모)에 생산부문을 폐지하고 직접생산을 외주생산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제조 중심에서 영업전문회사로 개편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회사 계획대로라면 생산부문에서 일하던 노동자 61명은 9월 이후 실직자가 된다.

일본 산켄전기 자회사인 한국산연의 고용위기는 여러 해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한국산연은 노트북·TV에 들어가는 LCD 패널 광원인 냉음극형광램프(CCFL)를 생산하다 대체품으로 발광다이오드(LED)가 상업화하면서 2010년께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었다. 구조조정을 한 뒤 주력품을 LED로 교체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생산부문 전체를 외주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회는 생산부문 외주화가 노조를 없애려는 시도라는 입장이다. 양승모 지회장은 "일방적으로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빈자리를 외주화·비정규직으로 채우려는 의도"라며 "지금까지 회사를 지킨 노동자들은 죽음으로 내몰고, 자신들의 이윤을 이어 가기 위해 또 다른 한국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부리고 착취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산연은 1974년에 설립돼 경남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각종 혜택을 받으며 성장한 일본 기업"이라며 "일본 정부는 이윤을 위해 한국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내는 기업이자 국가라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한국산연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정리해고 사태가 장기화하면 본사가 있는 일본에 원정투쟁단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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