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일터 지키는 것도 벅찬 세상에 자기 일터를 넘어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노조가 있다. 케이블·통신 간접고용 노동자와 콜센터 노동자들이 모인 희망연대노조 이야기다. 2009년 설립된 희망연대노조는 2011년 씨앤앰지부가 임금·단체교섭에서 확보한 노사공동사회공헌기금을 들고 지역사회의 문을 두드렸다. 1회성 자금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역주민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했고, 지금까지 사회공헌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근 이 과정을 기록한 책 <마을과 노동, 희망으로 엮다>(매일노동뉴스·1만5천원)가 발간됐다. 노조는 조합원들과 지역주민들이 그간의 소회와 고민을 나누는 기념토론회를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었다.

지역에서 함께 어울리면서 거리 좁혀

노조와 지역주민의 만남이 쉽지는 않았다. 지역에서 노조는 '빨간 머리띠' 였고, '필요할 때만 손 내미는 존재'였다. 그러나 희망연대노조는 지역사회 의제인 지역 아동청소년지원사업부터 택했고, 사업추진 과정부터 활동까지 함께했다. 그 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취약계층 의료지원사업·집수리사업 같은 사업도 함께하게 됐다. 노조는 5년간 16억5천만원의 사회공헌기금을 투입했다. 사업지역도 2곳에서 11곳으로 늘었다.

나상윤 강서양천민중의집 대표는 "노조 기금으로 집수리를 받은 한 주민이 '고등학생 아들이 처음으로 집에 친구를 데려왔다'고 고마워하는데, 그런 경험을 같이하면서 서로 편견을 깨게 되더라"고 말했다. 나 대표는 "노조와 지역의 괴리가 생각보다 큰데, 나이 많은 노조 활동가들이 직접 지역으로 나와 노조와 지역을 서로 이해시켜 줄 수 있는 통역사가 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안영신 성북아동청소년네트워크 대표는 "노조와 지역청소년지원·교육사업을 하면서 그동안 지역에서 외면받아 온 노동문제를 환기하게 됐다"며 "2014년 통신비정규직 투쟁 때 연대하기도 하고, 지역 밥상모임에 조합원들을 초대하면서 사는 얘기 편하게 나누기도 하고, 최근에는 성북지역 노동·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지역노동현안 연석회의도 꾸렸다"고 전했다.

김명화 강동희망키움네트워크 대표는 "지역주민들과 노동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일상적인 부대낌이 필요하다"며 "지금 같은 활동이 광범위하게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계·지역사회 공동과제는 '지속가능성'

지속가능성은 아직도 '물음표'로 남아 있다. 희망연대노조가 혼자 부담하는 재원·인력은 노사관계 악화나 노조 역량저하시 언제든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티브로드측이 기금조성을 거부하면서 2014년에 남은 기금으로 어렵사리 사업을 이어 간 지역도 있다.

한석호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은 "사측이 사회공헌 명목으로 쌓아 둔 돈을 노조가 좀 더 개입해서 끌어낼 수도 있고, 조합원들이 스스로 만들어 낼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노조가 자기 걸 뺏기지 않는 데만 주력하면 이익집단이 될 수밖에 없다"며 "주요 산별노조나 민주노총도 (가칭)지역사회위원회를 세우는 등 지역사업을 실행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동훈 전 씨앤앰지부장은 "씨앤앰지부가 2011년 처음 기금을 확보할 때 전 직원들이 임금의 1%를 양보했다"며 "쉽지는 않지만 조합원과 지역이 함께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지부장은 "나 역시 계속 나눌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진억 노조 나눔연대국장은 "희망연대노조 조합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라서 생존 자체가 만만치 않다"면서도 "생활문화연대와 지역나눔활동을 하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노조"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우리 활동을 희망과 지속적인 전망으로 만들려면 노동계와 지역 등 여러분의 도움이 꼭 필요하니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축사를 통해 "지역과 네트워크를 구성해 1회성 봉사활동을 넘어서는 좋은 모범사례가 다른 노조와 지역에도 확산되길 바란다"며 "나 또한 곳곳에 가서 희망연대노조를 배우라고 얘기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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