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동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를 엮는 이 안건모. 20년간 버스노동자였고 현재 11년째 출판노동자로 삶을 이어 가는 이. 발행인 안건모의 <작은책>. 노동자들의 월간지 작은책은 1993년 5월25일 ‘노동자 글모음’에서 시작해 95년 5월1일 ‘일하는 사람들의 글모음’ 창간호, 2002년 8월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혁신호, 지난해 5월 창간 20주년 특집호, 올해 4월 제250호까지 발간됐다. 안건모의 인생 후반부는 5월1일 창간 21주년을 맞이하는 작은책의 그림자처럼 존재한다.

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과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검정고시로 한양공고에 들어갔지만 2학년을 중퇴하고 고된 노동자의 삶을 이었다. 군대를 갔다 온 뒤 85년부터 버스 운전을 20년 동안 했다. 굳이 이 경력을 오롯이 드러내는 것도 안건모 방식이다.

버스노동자 시절에는 노조 민주화 활동을 했다. 회사에서는 ‘함부로 자르기도 힘든 골칫거리’ 취급을 했지만 민주노조에 대한 열망으로 치열한 시절을 보냈다. 작은책과의 만남은 안건모의 삶을 새롭게 인도했다.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글이 실리는 월간지 작은책을 읽으며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난 체하는 식자들의 글만이 아니라 투박하지만 진솔한 글쓰기를 이오덕 선생으로부터 권유받았다고 한다. 교육자이자 동화작가였던 고 이오덕 선생은 일찍이 <작은책·노동자 글모음> 머리글에서 "노동자 글쓰기 운동이 널리 퍼져서 노동하는 사람들이 삶을 더욱 풍부하게 가꿀 수 있으면 좋겠다"고 노동자들의 글쓰기를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더 나아가 안건모는 “두려워하지 말고, 어렵게 쓰지 말고 쉽게,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알릴 수 있는 생활글쓰기를 해야 한다. 어두운 민낯의 세상을 그대로 보여 주고 변화시켜서 좀 더 밝은 글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라고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버스노동자 시절 안건모의 초기 글들은 다듬어지지 않고, 맞춤법도 잘 맞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겨진 진정성에 독자들이 화답했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쓰기를 반복하면서 97년 ‘시내버스를 정년까지’라는 글로 제7회 전태일 문학상 생활문학 부문에 입선했다.

2000년부터 1년 남짓 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2005년 1월부터는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던 작은책에서 편집장을 맡았다. 같은해 8월부터 발행인이 됐다.

봄볕 따뜻한 어느 봄날 오후 방문한 작은책 사무실은 안건모와 유이분·정인열이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를 엮고 전달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차 한잔을 나누며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놓던 안건모는 최근 배우고 있는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기타연주로 들려줬다. 60대를 앞두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그의 멋진 선곡과 완성도 낮은 연주는 감동과 웃음을 함께 선사했다. 최근에 발간한 <삐딱한 글쓰기>와 함께 받은 따뜻한 선물이었다. <거꾸로 가는 시내버스>에 이은 최신작 <삐딱한 글쓰기>이기에 장난기 섞인 지청구를 했다.

“적당히 사시지 뭘 그렇게 거꾸로 가고 삐딱하고 그렇습니까?”

안건모는 특유의 건조해 보이는 미소로 자부심 가득한 맞대응을 했다. “그냥 이렇게 살 겁니다.”

작은책은 초대 발행인이 "이 글에는 지식인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절절함이 있다"며 93년부터 노보들을 모아 부정기 소식지 형태로 발행하기 시작한 게 원형이다. 현재까지 그 기조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발행인 안건모의 소박한 소망은 독자가 늘어 작은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어하는 것이다. 아울러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지향한다. 세월호의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는 알아야 하는 세상이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고 했다.

작은책은 21년째 일하는 사람들의 역사의식과 실천의 기록을 묵묵히 담아 가고 있다. 세상은 운동과 참여로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 안건모와 함께 만드는,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 작은책. 힘내라! 사람을 움직이는 글, 세상을 바꾸는 잡지의 일꾼들과 독자들.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hdlee2001@empas.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