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고용보험법과 파견법 등 노동개혁 4법 입법이 시급하고 급박하다”고 말했다. 조선·해운을 포함한 5대 취약업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다.

그러나 고용안정 대책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이나 중소기업 신속지원(Fast Track) 프로그램을 통해 실업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대량실업 같은 위기상황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고 특별고용지원을 신청한 기업(업종)도 없다”며 “지원대책을 확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한발 뺐다.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업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도 별다른 고용대책 없이 노동 4법 입법만 강조한 셈이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 통과가 어려워진 노동 4법을 구조조정을 앞세워 끼워팔기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더군다나 구조조정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노동 4법이 실업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실업급여 수급기간 연장방안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그나마 실업대책으로 의미가 있다. 반면 파견법·근로기준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은 당장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지 않는다.

특히 새누리당이 내놓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수급기간 연장과 함께 수급자격을 강화(제한)하는 방안을 담고 있어 야당과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고용보험법 개정안 하나만 처리하려 해도 논란이 거셀 것이다.

그럼에도 야당과 노동계가 반발하는 파견법 개정안까지 처리하려 드는 것을 보면 과연 실업대책을 위한 것인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 4법의 완성을 위한 것인지 저의가 궁금할 따름이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노동개혁 관련법은 따지고 보면 새누리당이 내놓은 개별 노동관련법 개정안 묶음이다. 정부·여당이 자신들 편의대로 하나로 묶어 '노동개혁법'이라고 이름 지었을 뿐이다. 법안 내용이 개혁적인지 여부는 제쳐놓고라도 상호 연관성조차 크지 않다. 아니 오히려 파견법 개정을 위해 나머지 3개 법안을 볼모로 잡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정부는 노동개혁 관련법이 한 묶음이라는 허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 있었을 때야 의미가 있었겠지만 상황이 반전된 지금은 실현 가능하지 않은 구호에 불과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