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성과연봉제. 우리 사무실에도 불똥이 튀었다. 얼마 전 자문 요청을 받고 보내 준 법률의견서가 문제였다. 공공기관에 몰아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두고서 작성한 의견서였다. 담당노무사가 작성한 의견서 초안을 검토했던 나로서는 사업장에서 우리의 의견서를 가지고 노조들이 조합원들에게 사측안에 대해서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다며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무관심할 수가 없게 됐다. 25일 출근해서 이런 소식을 전해 듣고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해서 해당 사업장의 일을 담당자들을 통해서 알아봤다. 그리고 지금 이 나라에서 노동자에게 도입하겠다는 성과연봉제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해 봤다.

2. 25일 청와대는 6월 중순에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주재하고,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실적에 대해 기관별로 직접 보고를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개혁 과제는 크게 임금피크제 도입과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이라며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은 이미 일단락된 만큼 이젠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에 주력할 시점"이라고 하면서 대통령이 성과연봉제를 직접 챙기기로 했다. 살 떨리는 소식이다. 실질적으로 자신의 인사권자일 수 있는 대통령이 직접 보고를 받는다고 하니 기관장으로서는 민주노총·한국노총 구분 없이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방침을 내고서 소속 노조들을 단속하고 있고 6월 중순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까지 노조가 도입에 동의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데 기관장으로서는 뼈까지 떨리는 지경일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다음달까지 조기 완료하는 공기업에 대해 기본월봉의 50%, 준정부기관에 대해서는 기본월봉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경영평가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 다음달 중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시한을 지키지 못한 공공기관에 대한 페널티도 확정할 예정이라는데, 페널티에는 총 인건비 인상 제한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한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도 써먹었던 것이다. 기재부가 제시한 성과연봉제는 간부사원에게만 적용하던 것을 전체 사원에게 확대하고, 성과연봉의 비중을 높이며, 그 차등 폭을 넓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상반기 중 30개 공기업, 하반기까지 90개 준정부기관에 성과연봉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보도됐다. 당장에 30개 공기업의 기관장들이 성과연봉제의 불똥에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을 것이다.

3. 성과연봉제, 한 마디로 성과주의 임금제도라고 할 수 있다. 오래 전부터 도입을 위해 논의하고 추진해 왔던 임금제도다. 벌써 2003년 8월, 노무현 정권의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방안, 일명 ‘노사관계 로드맵’에서도, “근로조건 및 고용형태의 다양화에 대응”해서 근로자의 보호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합리적인 임금체계의 구축” 방안으로 “성과주의 임금체계 등 도입”을 검토 과제로 정하고 있었다(노사관계제도선진화연구위원회,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방안, 한국노동연구원). 성과주의는 IMF 관리체제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의 노동개혁의 중심적 화두였다. 성과주의는 첫째, 인사제도에서 성과주의를 도입해서 성과 평가를 통해 승진 등 인사발령을 하고 둘째, 임금제도에서 성과주의를 도입해서 직무성과급제의 임금을 도입하는 것인데 그 대표적인 것이 성과연봉제였다. 전자, 즉 성과주의 인사제도는 종국에는 성과 평가를 통해 저성과자를 사업장에서 퇴출시키는 것까지 나아가게 되는데, 최근 고용노동부가 사업장마다 추진하라고 지침을 통해 적극적으로 안내했던 일반해고 또는 통상해고가 포함된 공정인사 지침도 이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후자, 즉 성과주의 임금제도는 성과 평가를 통해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개별 협상으로 연봉, 즉 임금이 결정되는 데까지 나아가게 되는데,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는 뉴스 기사를 보니 “성과연봉제가 확대 도입되면 공공기관은 정부가 매년 정하는 임금인상률을 토대로 총인건비를 설정한 뒤 이 범위 내에서 모든 근로자와 개별적으로 협상을 통해 연봉을 결정하게 된다”고 정확하게 해설하고 있었다. 성과주의 임금제도가 전면적으로 도입되면 개별 근로자의 성과를 평가해서 그 임금 수준을 그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개별적으로 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건 뭔가. 이 세상에서 사람은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서 근로자가 된다. 이 근로계약에서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에 대해 지급할 임금에 관해서 정한다. 이렇게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서 근로자가 되는 것이니 그의 성과를 평가해서 사용자가 개별적으로 임금(액)에 관해 정한다고 한들 뭐가 문제라는 것이냐고 성과연봉제를 옹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세상에서 주인과 노예의 관계, 근로계약관계에 대해서는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노동자권리를 위한 노동운동에 의해서건 다른 나라의 법을 모방해서 도입해서건, 이 세상의 법은 개별 계약으로 노예의 권리 내지 지위를 정하도록 방치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로 하여금 해당 사업장에서 임금 등 근로조건 기준에 관한 통일적인 준칙으로서 취업규칙을 작성, 신고토록 강제했다(제93조 내지 제97조). 사업장에서 임금 등 근로조건이나 복무규율에 관한 기준이 되는 준칙이기만 하면 이 근기법상 취업규칙에 해당한다. 성과연봉제 등에 관한 회사 제 규정들은 당연히 취업규칙이라서 이 근기법규정이 적용되는 것인데, 이러한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해서는 무효”이고, 그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르도록 근기법은 정하고 있다(제97조). 이를 통해서 이 세상의 법은 사용자가 개별적으로 근로자와 계약을 통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확인할 수가 있다. 이를 통해서 노동법은 사용자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함으로써 개별적으로 근로자와 연봉 계약으로 임금을 결정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확인할 수가 있다. 사용자가 도입하고자 하는 성과연봉제가 근로자에게 불리한 것인가, 유리한 것인가를 떠나서 이 자본의 세상에서 법은 이렇게 성과연봉제를 규탄하고 있다. 성과연봉제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이 아니라며 도입을 추진하는 자가 있다면, 그것이 사용자 자본이든 권력이든 그는 근기법이 취업규칙제도를 통해서 노동자권리를 보호하고자 했던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다.

근기법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과반수노조, 과반수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해서 사용자의 취업규칙 변경을 제한하고 있다(제94조 제1항 단서). 그래서 오늘 이 문제로 시끄러운 것이다. 기재부가 도입하라는 성과연봉제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이라면, 사업장에서 이를 도입하겠다고 회사 제 규정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과반수노조(없는 경우 집단적 회의절차를 통한 근로자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니 동의를 해 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저지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오늘 이 문제로 시끄러운 것만은 아니다. 기재부가 도입하라는 성과연봉제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이 아니라면, 과반수노조가 동의하지 않아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저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동의해 줘도 된다는 것인가. 설마 누구도 그렇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불리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용자에게 네 맘대로 할 테면 하라고 동의는 묻지도 말라고 하면 될 테니 말이다. 물론 성과연봉제를 얼마든지 불리하지 않게 도입할 수 있다. 기존에 지급받아온 임금은 그대로 보장해 주고 (근속과 임금 인상에 따라 해마다 인상될 부분까지 포함해서) 덤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도입 당해연도만 기존에 비해 불리하지 않고 장차 일부 근로자에게는 불리한 것일 수 있다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 문제될 수 있다. 오늘 이 나라에서 공공기관에 도입하고자 하는 성과연봉제는 궁극적으로 어떤 것인가. 이것은 굳이 몇 년, 몇 십 년이 흘러가 봐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독려하고 있는 권력과 사용자 자본의 의지가 무엇인가를 살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성과가 낮은 근로자에게는 종전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초임에 비해 최고 수준의 임금이 3배가 된다느니, 근속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상승되는 연공급 임금제도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느니 대통령까지 나서서 반복해서 임금제도 개편을 말해왔던 뉴스 기사들을 찾아서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4. 근기법만 그런 근로계약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이야 말로 노조를 조직해서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을 통해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용자가 근로자와 개별적으로 체결하는 근로계약을 부정하라고 규정하고 있다(제33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하고, 그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다(제33조). 바로 이렇게 선언한 법으로 이 세상에서 노조는 존재할 수가 있게 됐다. 교섭과 쟁의로 근로계약을 넘어선 협약을 체결하라고 노조를 설립해서 활동하도록 보장한 것이다. 이것은, 이 세상의 법은 노조가 성과연봉제를 두고서 변명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설사 불리하지 아니한 성과연봉제라서 사용자가 이를 도입하더라도 법이 부여해 준 교섭과 투쟁을 통해 집단적인 임금협약으로 부정하도록 했으니 말이다.

대통령까지 직접 챙기겠다고 천명했으니 성과연봉제의 불똥은 공공기관의 모든 사업장에 튀었고, 더는 개별 사업장의 일이 아니게 됐다. 이제 성과연봉제는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 노동운동의 일이 돼버렸다. 불리하냐, 유리하냐를 따져 소극적으로 동의할지 여부를 궁리하면 되던 시기는 지나가 버렸다. 헌법과 노조법이 보장한 노조의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우리의 노동조합들에 말하는 오늘이 돼버렸다. 2016년, 성과연봉제는 우리에게 노조가 무엇인지 묻고 있다. 또 다시 임금피크제처럼 대답할 것인가.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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