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병원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조직 내 불신이 생겨 병원노동자의 이직률이 급증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민화 보건의료노조 서울시 동부병원지부장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병원 성과연봉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서울시 동부병원은 2005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가 2013년 폐지했다. 이민화 지부장은 “성과연봉제는 조직에는 불화와 불신을, 개인에게는 사기 저하를 가져와 (노사) 모두 함께 공멸하는 제도”라며 “수많은 문제점이 발생해 노조가 설립된 이후 호봉제로 되돌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건의료노조가 공동주최했다.

육아휴직·병가 복귀 이후 최저평가 받아

이민화 지부장은 서울동부병원의 주먹구구식 성과평과 사례를 소개했다. 동부병원은 2005년부터 성과연봉제를 했는데, 직속상급자와 부서별 팀장의 평가가 각각 40%씩 성과평가에 반영되는 방식이었다. 원장·진료부장·관리부장·동료들의 평가도 점수에 영향을 끼친다.

이 지부장에 따르면 성과평가는 A~E등급으로 이뤄졌다. A등급과 E등급을 받는 직원이 같은 비중인 상대평가 방식이다. 문제는 기준이다. 직원들이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대체로 신입사원이나 육아휴직 또는 병가를 낸 직원들의 성과평가 점수가 낮았다. 직원들끼리 E등급 평가자를 구제하기 위해 선택적 등급 매기기도 이뤄졌다.

이 지부장은 “성과평가 시절에는 같은 점수를 이름만 바꿔서 제출하는 식으로 형식적 평가가 이뤄졌다”며 “육아휴직을 끝내고 오면 연봉이 후배보다 적어지는 임금역전 현상이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과연봉제 시행 6년째가 되던 2011년 간호팀 이직률이 40%가 넘어 정상적인 병동운영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성과연봉제 병원과 맞지 않는 제도”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성과연봉제는 병원에 부적합한 임금체계"라고 설명했다. 병원 업무는 의사·간호사·관리직원의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상호의존적인데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경우 이런 선순환구조가 깨지게 된다는 것이다.

박용철 연구위원은 "성과연봉제는 개인능력을 기반으로 일대일 개별계약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종사자들이 개인주의로 흐르기 쉽다"며 "종사자 간 불필요한 경쟁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사내 연대감과 협동심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건비 절감으로 오는 편익보다 조직문화 저해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업무의 상호의존성이 높은 경우 성과급제 시행이 상당히 어렵고 조직몰입 측면에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단기적 성과에 치중해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공공성 역시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준 가천대 교수(예방의학)는 “성과평가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의사도 협진에 의해 서비스가 생산되는데 병원 특성상 진료 행위를 특정 개인의 성과로 배분하기는 어렵다”며 “원가분석에 기초해 성과를 계산해도 특정 진료과에 과도한 성과보상이 이뤄지거나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준 교수는 "성과연봉제를 전체 직종으로 확대하는 건 병원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탁상행정 탓"이라며 “성과연봉제는 생산성과 수익에 기초하고 있어 취약계층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처럼 수익성이 떨어지는 서비스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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