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20대 총선이 여당 참패로 끝나자 노동계가 반색하고 있다. ‘평생 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정부·여당의 노동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노조 표정도 남다르다. 정부는 그동안 법적 제약이 많은 금융산업의 특수성을 악용해 왔다. 고연봉을 앞세워 금융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쥐락펴락했다. 과거 신입사원 초임삭감과 은행권에서 활개를 친 인턴 채용이 증거다. 최근엔 한술 더 떴다. 금융권을 전초기지로 성과주의 확산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금융공기업 9곳을 성과주의 확산 선도기관으로 지정하고, 올해 말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자 최근 7개 금융공기업이 산별교섭 직전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했다.

내막은 뻔하다. 성과연봉제 같은 파급력이 큰 사안을 산별교섭으로 관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노사 합의가 산하 사업장 전체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교섭단위가 쪼개질수록 막아 내기 힘들어진다. 산별노조가 필요한 이유다.

금융노조는 금융위원회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달 초 열린 간담회에서 “누가 시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협상테이블에도 못 올리게 하는 노조(금융노조)와 대립하면서 개별 단위 협상을 판단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금융권 영업·교육 시스템에 성과주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을 산업현장에 응용하겠다는 얘기다. 어디까지나 총선 전 상황이다.

금융노조는 이번 총선에서 각오를 다졌다. 이달 초부터 하루에도 수차례 친노동 후보자들을 찾아 지원유세를 했다. 노조는 “투표로 성과주의를 막아 내자”며 조합원들에게 투표를 주문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20대 총선은 여당 참패로 마무리됐다. 정부가 노동정책 기조를 유지하기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여소야대 정국에 힘입어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행정입법이 상위법 취지에 어긋날 경우 수정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야당은 줄곧 공정인사 지침을 문제 삼았다. 행정지침이 사라지면 '성과주의 확산'도 동력을 잃게 된다. 양대 노총은 “정부·여당이 노동자들을 벼랑에 몰아넣은 결과”라고 총선 결과를 분석했다. 이제 정부가 변할 차례다. 그 첫 번째는 금융권 성과주의 확산 시도를 거두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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