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황장애를 앓던 서울도시철도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부산지하철에서도 기관사가 자살을 시도해 의식불명에 빠졌다. 조기에 문제를 발견해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공공운수노조 부산지하철노조에 따르면 호포승무사업소 소속 기관사 곽아무개(51)씨가 지난 7일 자택에서 목을 맨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불명 상태다. 22년차 기관사인 곽씨는 지난달 초 불면증으로 인한 수면부족으로 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두 달간 병가를 낸 상태였다. 사실 곽씨는 올해 1월 말부터 중증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는데, 철도운전면허증 취소를 우려해 병가 신청시 이를 숨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안전법상 기관사들은 10년마다 적성검사를 거쳐 면허를 갱신하는데, 심각한 정신질환은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곽씨는 이달 22일 적성검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부산지하철에서 기관사가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노조는 추가 사고를 우려하고 있다. 부산지하철이 1인승무제로 운영돼 기관사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도 공사 차원의 스트레스 관리시스템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숨진 김아무개(51)씨를 포함해 기관사 9명이 사망한 서울도시철도공사도 1인승무제가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공사가 기관사 스트레스 수준에 대한 공식조사와 함께 스트레스가 높은 기관사는 무인승무 노선인 4호선 안전요원으로 전환배치하는 대책을 요구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경력이 오래된 기관사 중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거나 운전업무에서 다른 업무로 전환배치를 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럼에도 면허 취소 같은 불이익이나 생소한 행정업무에 배치되는 데 따른 불안감으로 상태를 숨기는 탓에 동료들이 빨리 발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5678서울도시철도노조 승무본부는 18일 김아무개씨 사망과 관련해 서울시·공사에 기관사 처우개선 종합대책 이행을 촉구하는 농성에 들어갈 방침이다. 김태훈 승무본부장은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1인승무제로 운영되고 조직문화가 폐쇄적일수록 자살사고가 더 발생하고 있다"며 "종합대책 이행을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오훈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상태가 심각한 기관사를 즉시 다른 업무로 전환배치할 수 있는 일종의 작업중지권을 노조에 부여하고, 기관사들이 불이익 걱정 없이 병을 드러낼 수 있도록 기관사 직급제 개선·중간관리직 인적쇄신을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