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의료체계 개선을 위해서 의료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의료계 전반에서 거세다.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어 의료서비스 수요는 높지만 병상당 간호 인력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실정이다. 환자가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받고, 의료진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인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유지현)는 정부 차원의 의료인력 확충 종합계획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건의료 인력지원 특별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제정안은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했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그런 가운데 병상수는 1990년부터 2014년까지 30만개 늘었다. 병상은 과잉상태인 반면 병상당 간호인력은 턱없이 모자라다. 이진석 서울대학교 교수(보건대학원)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19대 국회 회기가 끝나기 전에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노조가 주최했다.

“병상만 늘고 적정병원과 간호인력은 부족한 상황”

‘우리나라 병상자원 관리의 개선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이진석 교수는 국내 의료자원을 수급불균형 상태라고 진단했다. 1990년부터 병상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병상수 100개 안팎의 중소형 병원 중심으로만 증가하는 바람에 의료의 질적 수준은 높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병상수가 300개 이상이고, 24시간 응급실이 운영돼야 한다. 1990년 종합병원 병상수는 6만6천625개에서 2000년 11만3천518개로 37.6% 증가했다. 그러다 2014년에는 14만4천95개로 16.6% 소폭 늘었다. 반면 평균 병상수 100개 안팎의 중소형 병원은 1990년 1만9천425개에서 2014년 19만4천140개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당 병상수는 OECD 평균의 약 1.6배로 2만개 병상이 공급 과잉 상태에 있다”며 “병원 개·폐업의 95%가 병상수 300개 미만인 곳에 발생하고, 과잉경쟁으로 인해 불필요한 과잉진료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의료인력은 OECD 회원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병상당 간호인력은 0.28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25명에 비교해 한참 뒤처져 있다. 미국은 2.39명, 프랑스는 0.8명, 일본은 0.54명이다. 이주호 노조 전략기획단장은 “노조가 실태조사를 한 결과 상당수의 보건의료 노동자는 '인력부족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하락한다'고 답했다”며 “임신한 병원노동자 13.8%는 야간근로를 한 경험이 있고, 유산한 비율도 9.8%로 위험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별법 19대 국회에서 처리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보건의료 인력지원 특별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요구가 쏟아졌다. 이들 법안은 김용익 의원이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각각 발의했다. 특별법 제정안은 정부가 원활한 보건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5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해 연도별로 시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료기관·보건소 등에서 보건의료 인력기준을 지키도록 하고, 지역별로 근로조건의 편차가 없도록 강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의료법 개정안은 300병상 이상인 종합병원만 신규로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의료법은 100개 이상의 병상을 갖출 경우 종합병원을 세울 수 있다. 이 교수는 “지역거점 역할을 수행할 병원이 부족해지면서 의료서비스의 지역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며 “병상은 의료인력과 더불어 국가보건의료체계를 운영하는 핵심자원인 만큼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의료인력과 병상의 수급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지현 위원장은 “4월 임시국회에서 이들 법안이 꼭 통과돼 왜곡된 의료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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