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인 부당한 인사조치로 스트레스를 받아 적응장애가 생긴 KT 직원에 대해 법원이 산재를 인정했다.

10일 KT새노조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판사 강효인)은 KT 직원 원아무개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87년 KT 전신인 한국통신에 사무직으로 입사한 원씨는 2000년 사내 민주화를 위해 꾸려진 KT민주동지회에 가입해 적극적인 활동을 벌였다. 이때부터 회사는 원씨의 활동을 관리했고, 2009년 1월 우리사주조합원 자격으로 회사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하려는 원씨를 막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하기도 했다. 이 사건 직후 회사는 원씨를 기술직으로 발령했고, 2010년 1월 인사평가에서 최하등급을 부여한 뒤 연봉을 깎았다. 부당인사를 주장하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원씨는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됐다.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1년 3월 회사는 원씨에게 감봉 1월 징계를 내리고 같은해 6월 해고했다. 1년1개월에 걸친 소송 끝에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 2012년 7월31일 복직했다.

하지만 회사는 복직 후에도 괴롭힘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원씨 복직 후 2개월 만인 2012년 10월 "해고기간에 KT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서 회사 명예를 훼손했다"며 3개월 정직 처분을 했다. 정직 직후인 2013년 3월에는 거주지인 전북 전주에서 경북 포항으로 원거리 발령을 했다.

원씨는 "연고가 없는 포항으로의 인사는 위법"이라며 소송을 냈고 13개월 만에 전북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CFT(업무지원단)라는 특수조직에 배치됐다. 계약해지 고객의 모뎀과 세톱박스를 수거하는 일이다.

원씨는 "회사 인사전횡에 시달리면서 적응장애가 생겼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적응장애를 유발할 만한 업무상 사유가 없었다"며 불승인 판정했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수차례 직무변경 명령과 전보명령, 부정적인 인사평가, 이에 따른 법률적 쟁송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적응장애가 발생했다고 추인할 수 있다"며 "원씨의 적응장애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KT새노조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KT는 반노동·반인권적·가학적인 직장내 괴롭힘을 중단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을 퇴출시키기 위해 정신적 학대를 가하는 인사를 중단하고 노동자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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