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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이것만은 바꾸자 ④ 아프지 않고 일할 권리] “산업안전 위험국 벗어나려면 유해·위험업무 외주화 이제 그만”원청 책임·사용자 처벌 강화가 핵심 … 정부·여당 산재노동자 신음소리 들어야
연윤정  |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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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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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대 노총과 노동건강연대를 비롯한 9개 노동·안전단체는 지난달 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틸알코올 중독사고 원청업체인 삼성전자를 규탄했다. 구태우 기자

4·13 총선이 코앞이다. 총선이 끝나면 국회의원 300명이 새로 배출된다. 총선 결과에 따라 노동자 삶도 요동친다. 정당과 후보가 내건 공약은 그 진폭의 기준이 된다. 아쉽게도 20대 총선 노동공약은 양과 질에서 19대 총선에 못 미친다.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고, 하늘에 올라도 쟁점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정치권 보수화 경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할 것은 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야 두말해 무엇하랴. <매일노동뉴스>가 총선 후보자들에게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5대 노동의제를 제안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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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순서]

1. 노동시간단축 먼저
2. 비정규직 임금 올려야
3. 노동자 이름표를 달자
4. 아프지 않고 일할 권리
5. 쉽게 노동조합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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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발생한 남영전구 광주공장 집단 수은중독 피해자인 김용운씨는 그해 8월 산업재해를 승인받았다. 하지만 그의 건강은 치료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악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발바닥과 발등만 저리더니 지금은 종아리와 허리까지 아파요.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습니다. 지팡이를 짚지 않으면 걷기 어려워요. 이젠 팔목까지 저립니다. 신장도 좋지 않아 치료를 받고 있어요.”

전북 군산에 사는 김씨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광주광역시에 있는 조선대병원을 찾는다. 발에 감각이 없는 데다, 어지럼증 탓에 운전을 할 수가 없다. 다른 피해자 차를 얻어 타고 장거리를 오간다. 조선대병원에서는 통증클리닉·신장내과·직업환경의학과를 번갈아 다녀야 한다.

막대한 치료비로 빚더미에 올랐던 김씨는 산재 승인 뒤 경제적 부담을 다소 덜었다. 그러나 비급여 치료비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당초 남영전구측은 모든 치료비를 대겠다고 밝혔다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지원을 끊었다. 지난달 사건 발생 1주년을 맞아 사회적으로 수은중독 문제가 부각되자 부랴부랴 밀린 치료비를 보냈다. 군산에 사는 피해자들은 남영전구 대표이사와 책임자 2명을 고소했다.

유해·위험업무 외주화가 부른 참극

수은 같은 유해화학물질 중독사고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 주는 사례다. 김씨는 “만약 1년 전 남영전구측이 수은 정보를 제대로 알려 줬더라면 이런 일은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며 “우리가 죽었다면 영원히 묻힐 뻔한 사건이었다”고 회고했다.

남영전구 집단 수은중독 피해자 대다수는 하청노동자들이다. 남영전구는 4단계 하청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최근 산재는 유해·위험업무 외주화로 하청노동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모양새를 띤다. 올해 1월 발생한 삼성전자 휴대전화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메틸알코올 사건 피해자 5명은 모두 20대 파견노동자였다.

“메틸알코올 중독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196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만드는 나라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이죠. 한국 정부가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어요.”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상임활동가(공인노무사)는 메틸알코올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전문의들도 황당해했다”고 전했다. 메틸알코올 중독사고 피해자들은 현재 실명됐거나 실명위기 상태다. 일부 피해자는 인지상태가 저하되는 뇌손상까지 오고 있다. 박혜영 상임활동가는 “메틸알코올 사건은 피해자가 불법파견 노동자라는 점에서 파견노동과 원·하청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시그널을 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서울지하철 강남역에서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진 정비노동자도 하청노동자였다. 원청인 서울메트로는 2인1조 작업규정을 어긴 하청업체를 방치했다. 스크린도어 수리작업 중 열차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위험예방조치도 하지 않았다.

재래형 산재·사망사고, 달라진 게 없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9일 발표한 ‘2015년 산재 발생현황’에 따르면 후진적·재래형 산재 비중이 여전히 높다. 재해유형은 넘어짐(17.3%)·떨어짐(15.7%)·끼임(14.9%) 순이었다. 산재 사망사고는 절반 가까이가 건설업(45.8%)에서 발생했다. 제조업(26.3%)이 뒤를 이었다. 50인 미만 기업에서 산재 사고의 73.5%가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강원도 철원군 동송체육관 공사현장에서 카고크레인 기사인 김아무개씨는 손가락이 절단되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H빔이 갑자기 카고크레인쪽으로 무너지면서 김씨를 덮쳤다. 카고크레인도 파손됐다.

그럼에도 김씨는 산재 신청을 할 수 없다. 보상받을 길도 막막하다. '근로자영자'로 불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기 때문이다. 건설노조는 “이미 설치된 H빔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에 고정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부실공사로밖에 볼 수 없다”며 “사전에 관리·감독을 하지 못한 업체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김태범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장은 “지난달 14일 경기도 시흥 공사현장에서 야간작업을 하던 중 기중기 붐대가 부러지면서 밑에서 일하던 건설노동자 한 명이 사망했다”며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 “위험업무 외주 금지” 한목소리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재래식 산재를 막으려면 유해·위험업무 외주화를 금지하고 정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용자에 대한 처벌도 요구했다. 20대 국회가 반드시 처리해야 할 산업안전보건 관련 제도개선 과제다.

양대 노총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 이 같은 정책요구안을 보냈다. 한국노총은 “유해·위험업무에 정규직 사용을 강제해야 한다”며 “30인 이상 사업장에는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 △원직복직 법제화와 재활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민주노총은 유해·위험작업 외주화 금지를 우선 과제로 꼽았다. 민주노총은 “유해·위험업무 도급·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안전보건관리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원청 책임 강화 △감정노동자 보호법 제정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확대를 제안했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대답은 싱거웠다. 새누리당은 한국노총 요구안과 관련한 답변에서 “법체계가 유사한 일본과 비교했을 때 산재 사망시 사업주 처벌수위가 낮지 않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한국노총 요구안 대부분 조항에 '신중한 검토'라는 전제를 달았다. 나머지 정당은 유해·위험업무 외주화 방지에 대체로 공감했다.

우선과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세월호 참사 2주기가 6일 현재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참사 당시에는 전 사회적으로 안전 문제가 부각했다. 유해·위험업무 외주화 금지와 원청사업주 책임·처벌 강화가 대안의 앞 순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9대 국회는 변죽만 울리고 이를 외면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4년 12월 ‘산재 위험직종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사내하청 노동자 80%가 “하청노동자의 산재위험이 더 높다”고 응답했다. 그 원인으로 △업무 위험도 △원청 산업안전 투자 미비를 꼽았다. 인권위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노동부에 ‘사내하청 근로자의 산재위험 예방 및 산재 미보고 관행 개선을 위한 권고’를 했다. 노동부가 권고를 모르쇠하는 동안 불법파견·하청노동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짊어진 셈이다. 특히 메틸알코올 중독사고는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박혜영 상임활동가는 “올해 5월 방한하는 유엔 기업과 인권 워킹그룹의 현안조사 주제에 메틸알코올 중독사고가 포함된 것으로 안다”며 “해당 전문의들이 국제학술지에 게재하기 위해 임상보고서를 작성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안전후진국으로 전락한 지금 국회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뭘까.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은 “안전보건 취약계층에게로 파견이 확대되면 원청이 관리하지 않는 한 안전보건 관리수준이 더욱 후퇴할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부터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원청 책임을 명시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산재를 초래한 사용자를 엄벌해야 한다”며 “이 같은 규제강화를 가로막는 규제비용총량제를 폐지해야 안전관리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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