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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이것만은 바꾸자 ③ 노동자 이름표를 달자] 특수고용노동자 속출하는데, 정치권 관심은 어디에?정부는 산재보험 당연 가입직종 3개 늘리는 데 그치고 … 국회는 환노위 통과 '적용제외 제한' 산재보험법 발목 잡아

4·13 총선이 코앞이다. 총선이 끝나면 국회의원 300명이 새로 배출된다. 총선 결과에 따라 노동자 삶도 요동친다. 정당과 후보가 내건 공약은 그 진폭의 기준이 된다. 아쉽게도 20대 총선 노동공약은 양과 질에서 19대 총선에 못 미친다.

노동자들이 목숨을 끊고, 하늘에 올라도 쟁점이 되지 않는 현실이다. 정치권 보수화 경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할 것은 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야 두말해 무엇하랴. <매일노동뉴스>가 총선 후보자들에게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5대 노동의제를 제안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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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 순서]

1. 노동시간단축 먼저
2. 비정규직 임금 올려야
3. 노동자 이름표를 달자
4. 아프지 않고 일할 권리
5. 쉽게 노동조합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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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3년 전 서울 강남의 한 음식배달 대행업체에서 3개월간 일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논현동에서 선릉·삼성동·역삼동까지 강남 전 지역을 오토바이로 누볐다. 1주일에 6일 하루 12시간을 풀타임으로 일했다. 근로계약서를 쓴 기억은 없다. 대행업체로부터 배달주문을 받으면 배정받은 음식점으로 가서 음식을 받아 고객에게 전달했다. 배달 1건당 3천원씩 수수료를 받았다.

처음엔 1시간에 1~2건씩 배달하다가 오토바이 운전에 요령이 생기면서 1시간에 3~4건씩 배달하기도 했다.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 지리를 몰라 도로를 역주행한 적도 있고, 끼어들기하다 아슬아슬하게 옆 자동차와 충돌을 피한 적도 있다. 매달 200만~250만원 이상 벌 수 있었지만, 쉬는 시간이 거의 없고 자잘한 안전사고들을 겪으면서 3개월 만에 그만뒀다.

"다행히 별 사고 없이 3개월 일하고 그만뒀는데, 배달하다 사고가 나서 그만둔 친구들이 많아요. 그땐 무슨 정신으로 그렇게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는지 신기해요."

IT산업과 서비스산업이 발전하면서 고용관계 변형이 빨라지고 있다. 배달주문을 중개하는 애플리케이션인 배달의 민족·요기요·배달통 등이 성업하면서 배달서비스 구조와 고용형태까지 바뀌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음식점에 고용돼 있던 배달원들이 지금은 음식점이 아닌 배달 대행업체 지시를 받는다.

배달원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일하는 탓에 최소한의 법적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이른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노동자)다. 2013년 배달대행업체에서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고등학생 B군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을 신청한 사건에서 법원은 지난해 10월 "배달대행 배달원은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배달대행업체 소속 배달원들이 음식점 배달 요청을 골라서 수락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임금을 매개로 한 종속적 관계가 성립되지 않다"고 봤다.

시장 변화 속도 못 따라가는 법·제도

배달대행업체 배달원처럼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앞으로 다양한 산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방안은 답보 상태다. 정부와 여당은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노동법을 적용하는 것에 반대한다. 대신 사회보장제도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것도 생색내기 수준이다. 정부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 7월부터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특수고용직을 현행 6개 직종에서 9개로 '찔끔' 늘렸다.

현재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레미콘기사·골프장 경기보조원·택배기사·전속 퀵서비스 기사 등 6개 직종에 한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데, 이를 대출모집인·카드모집인·전속 대리운전기사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업주들이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강요하는 바람에 보험 가입률이 10%에 불과하다. 특례조항에서 '적용제외 신청' 규정을 없애지 않는 한 산재보험 적용범위를 넓힌다 한들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실효성은 거의 없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2013년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제한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해 환노위까지 통과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의 유일한 사회적 보호규정인 산재보험 적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용제외 신청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속성 높은 노동자부터 근로자 범위에 넣자"

노동계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넓혀 특수고용직을 근로자에 포함시키고,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정치권에서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노동자성을 되찾아 주기보다는 보호장치 마련을 선호한다"며 "이런 방법으로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위장된 실제 노동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방안이라는 명목으로 몇 가지 보호조치를 더하고 빼는 정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이호근 교수는 "단결권을 폭넓게 인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사용자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노동 3권이 인정되면 여러 업종에서 각종 현안이 불거질 것을 염려하고 있는데,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는 단결권과 교섭권을 인정하는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해 말 국가인권위원회가 의뢰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연구용역을 통해 "근기법의 근로자 개념을 확대해 특수고용노동자 가운데서도 종속성 수준이 높은 범주는 근로자 범위에 포함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이렇게 되면 산재보험에 가입하는 9개 직종 노동자부터 근기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해 볼 수도 있다.

입법적으로 노동자성과 노동 3권 보장을 요구하는 동시에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만들어 내는 불안정한 고용관계가 확산되지 않도록 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IT와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노동시장이 급속도로 유연해지고 있는 추세"라며 "정부 차원에서 산업적으로 규제를 해야지, 새로운 형태의 특수고용직종이 생기고 난 다음에는 노동법적으로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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