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8일 전세버스업체인 제로쿨투어에서 노조간부로 3개월 남짓 활동한 신형식 전세버스노조 제로쿨투어지부장이 시너를 몸에 끼얹고 분신해 사망했다. “노조 설립할 때 목숨을 걸고 하겠다”며 지부장이 된 그는 예언처럼 제로쿨투어 본사 사무실에서 숨졌다. 신 지부장이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제로쿨투어의 관리자가 노조 탈퇴를 요구하며 그와 조합원을 수차례 협박했기 때문이다.

박아무개 관리소장은 노조 설립 이튿날인 지난해 11월19일 “내가 얼마나 독한 놈인지 보라. 노조 조합원은 칼질해서 (다) 정리하겠다”며 사망한 신 지부장을 협박했다. 올해 2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제로쿨투어가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정했고, 최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은 특별근로감독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적발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노조간부 죽음 뒤 제로쿨투어는 부당노동행위에서 해방됐을까. 3일 <매일노동뉴스>는 당시 노조 탄압을 한 박아무개 관리소장이 제2노조 설립을 주도한 뒤 간부인 사무장까지 맡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제2노조는 노사협의회 위원들이 주축이 돼 2월 설립한 조직이다. 회사가 설립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분신 이후 회사가 주도해 노조 설립”

제2노조인 제로쿨투어노조는 2월 중순께 송파구청에서 설립신고서를 받았다. 전아무개 노사협의회 회장이 노조위원장을 맡았다. 노동부가 실시한 특별근로감독(1월28일~2월3일) 결과가 발표된 직후다.

놀라운 것은 “칼질” 운운하며 신 지부장을 협박했던 박 소장이 노조 사무장이라는 것이다. 박 소장은 부당노동행위 핵심 연루자다.

지부는 제2노조 설립에 회사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부 관계자는 “돌아가신 신 지부장을 협박하고 노조를 인정할 수 없겠다고 조합원들을 윽박지르던 사람이 노조 사무장을 하고 있다”며 “지부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복수노조를 설립한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황명규 지부장이 1월부터 박광수 제로쿨투어 대표이사에게 면담을 요구했지만 노사 면담은 한 차례도 성사되지 않았다. 지부는 “박 대표와 제2노조 전 위원장이 만남을 갖고 소통하고 있다”며 “지부가 교섭권을 갖고 있어도 회사는 지부와 대화하는 것 자체를 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 탄압은 현재진행형

이뿐만이 아니다. 지부 조합원들은 갑작스런 징계와 전적에 시달렸다. 경기도 일산에서 강원도 원주 한국광해관리공단까지 운행하는 통근버스를 담당하던 오아무개 조합원의 경우 3월 말부터 운행노선이 바뀌었다.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 통근버스와 단국대 용인캠퍼스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노선을 맡게 됐다.

경기도 파주 자택 근처에 전세버스를 주차하는 식으로 출퇴근하던 오씨는 노선이 바뀐 뒤에는 밤 11시 경기도 성남 탄천차고지에 버스를 주차한 후 집으로 돌아온다. 생활방식이 급격하게 바뀐 것이다. 지부 관계자는 “파주에서 탄천차고지까지 출퇴근시키는 것은 일부러 애를 먹이려는 의도”라며 “많은 기사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 오 조합원만 이렇게 시키는 게 노조 탄압이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지부 조직국장은 경미한 접촉사고으로 세 차례나 시말서를 썼고, 두 달간 정직 징계를 받았다. 서울지노위는 지난달 7일 김아무개 조직국장이 제기한 부당정직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김 국장은 “노조간부가 분신해 사망하고 특별근로감독을 받았으면 회사가 적어도 기사들에게 사과하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약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신형식 지부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회사와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겠다”고 말했다.

지부는 이날 오전 탄천차고지에서 지부 사무실 현판식을 했다. 지부 사무실은 제2노조인 제로쿨투어노조와 함께 사용한다.

한편 <매일노동뉴스>는 회사측과 박아무개 관리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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